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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마음을 훔치는 문장의 비밀

당신의 글이 밋밋한 이유, OO 때문이다?!

by 윤채

글을 쓰다 보면 이런 순간이 있다. 줄거리도 탄탄하고, 문장도 문법적으로 매끄럽지만 이상하게 글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질 때가.



표면은 멀쩡한데 정작 글 속엔 온기가 없다. 마치 김 빠진 콜라처럼 시원하지 않은 글. 왜 이런 일이 생길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충분히 말하고 있지만, 아직 느끼게 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초보 작가들이 '이야기하는 것(telling)'과 '보여주는 것(showing)'의 차이를 모른 채, 감정을 설명하고 상황을 요약한다.



이 방식은 독자의 이해에는 도움을 주지만 몰입과 감정이입에는 치명적이다. 우리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건 단순한 정보가 아니다. 숨결이 살아 있는 장면, 심장을 뛰게 하는 감정, 눈앞에 그려지는 그림이다.



그 차이를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작법의 핵심 원칙, "Show, don’t tell" 즉, 말하지 말고 보여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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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와 Tell, 무엇이 다른가요?


아래의 예시를 들어보자.


Tell: "윤채는 겁이 났다."

Show: "윤채는 문 앞에서 숨을 죽인 채 발소리를 삼켰다. 손끝이 작게 떨리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


두 문장 모두 '겁이 났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하지만 첫 문장이 독자의 머릿속에 뜻을 전달한다면 두 번째 문장은 독자의 머릿속에 장면을 상상하게 한다.



'Show'란 감정을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구현하는 것이다. 행동, 묘사, 분위기, 감각을 통해 독자가 상황을 스스로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이 기술은 소설뿐 아니라 에세이, 광고 문구, 브랜딩 문장 등 모든 장르의 글쓰기에서 결정적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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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도 바로 실천할 수 있는 'Show' 훈련법

1. 감정을 '말'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자

"그는 우울했다."

→ "그는 커튼을 치고, 하루 종일 침대 속에 누워 있었다. 핸드폰은 충전기에 꽂혀 있지도 않았다."

"그녀는 기뻤다."

→ "그녀는 입꼬리를 주체하지 못한 채, 괜히 창밖 하늘을 몇 번이나 올려다보았다."



핵심은 감정 상태를 직접 쓰지 않고 독자가 유추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다. 심리의 외형화를 통해 문장에 리듬과 깊이를 더할 수 있다.



2. 오감(五感)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보여준다'는 것은 단순히 시각적 묘사만을 뜻하지 않는다. 청각, 후각, 촉각, 심지어 미각까지 모두 동원할 수 있다.



"무서웠다."

→ "어디선가 문이 삐걱거렸다. 심장이 쿵쿵쿵 뛰었다. 손끝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감각 묘사는 독자의 상상력과 공감 능력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장면을 '보게' 하고, '느끼게' 만드는 강력한 도구다.



3. 문장의 끝을 점검하자

글을 쓰고 나서 문장을 하나씩 읽어볼 때, "~했다", "~였다"로 끝나는 문장이 유난히 많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문장들은 대부분 '설명형(Tell)' 문장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모든 '~했다'가 나쁜 것은 아니다. 계속해서 기분, 상황, 관계를 요약하는 방식으로만 글이 전개되면 독자는 감정의 흐름이나 장면의 밀도를 느낄 수 없게 되는 점을 염두하자.



Tell: "윤채는 속상했다. 친구와 다투고 나니 기분이 나빴다."

Show : "윤채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한참을 입술만 깨물었다. 채팅창엔 친구의 마지막 메시지가 남아 있었고, 손끝이 차가워졌다."


앞 문장은 감정을 결과적으로 알려주는 반면, 뒤 문장은 감정을 진행 중인 현상처럼 보여준다. 단어로 감정을 말하는 대신 행동·표정·정적 속의 반응 등을 묘사하면 독자는 그 감정을 보고, 느끼고, 이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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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w, don’t tell"은 기술이자 태도다. 누구나 시작은 '설명'에서 출발하지만 진짜 글쓰기의 무게감은 '묘사'에서 생긴다.



물론 처음엔 어렵다. "기뻤다", "무서웠다" 한 줄 바꾸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반복할수록 문장은 깊어진다.



당신의 글을 독자가 '보게' 될 때, 그 순간부터 당신은 단순한 전달자가 아니라 '장면을 창조하는 작가'가 된다.



그러니 오늘 한 줄 써보자. "그녀는 외로웠다." 대신 "그녀는 이어폰을 꽂은 채, 조용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를. 이 작은 문장 하나가 독자의 마음을 훔치는 첫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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