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잘 쓰는 사람이 부러울 때, 내가 하는 질문

비교의 감정에서 나다움으로 돌아오는 연습

by 윤채

누구에게나 잘 쓰는 사람이 부러운 시기가 있다.



같은 시간에 글을 올려도 그 사람은 수많은 ‘좋아요’와 댓글을 받는다.



반면, 자신이 올린 글은 소리 없이 스크롤 아래로 밀려난다. 누군가가 남긴 “이 문장 너무 좋아요”라는 댓글을 읽는 순간 속으로 비교가 시작된다.



그 비교는 자신이 써온 글을 흐리게 하고 애써 쌓아 온 리듬과 진심마저 흔들어놓는다. 그럴 때 마음속에서는 다양한 속말이 쏟아진다.



‘나는 왜 저렇게 못 쓰지?’

‘나는 너무 감정적이거나, 너무 평범하거나, 너무 설명적인 건 아닐까?’



좋은 문장을 만나면 감탄보다 먼저, 자신의 부족함이 선명하게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비교가 이어지는 동안 진짜 중요한 질문은 사라진다.



‘내가 진짜 쓰고 싶은 건 무엇인가?’

‘나는 왜 이 글을 시작했는가?’




vince-fleming-Vmr8bGURExo-unsplash.jpg



누군가의 글은 확실히 자극이 된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보며 감탄하게 되고 더 나은 문장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난다. 하지만 그 감탄이 기준으로 바뀌는 순간 글의 중심이 흐려진다.



그 사람이 걸어온 시간과 써온 감정은 어디까지나 그 사람의 것이며, 타인의 감정을 그대로 따라 쓰는 일은 결국 아무의 마음도 움직이지 못하는 문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러움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부러움이란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글쓰기의 방향을 비롯해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그 감정을 ‘비교’로 남기고 멈추지만, 어떤 사람은 그 감정을 ‘배움’으로 바꾸어 더욱 큰 세상으로 나아간다.




240997fgsdl.jpg In Front of the Mirror_Gustave Léonard de Jonghe (Flemish, 1829 - 1893



좋은 글을 만나 부러울 때, 그 부러움을 솔직하게 인정한 뒤 이렇게 적어보면 좋다.



“나는 이런 리듬이 좋다.”

“이 문장은 나도 써보고 싶다.”

“이 감정은 언젠가 나도 표현해보고 싶다.”



이렇게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부러움은 더 이상 열등감이 아니라 연습의 에너지가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발판 삼아 다시 자신의 문장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누군가의 글을 좋아해도 괜찮다. 다만, 그 사람은 내가 아니며 그 글은 내 삶에서 나온 문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경험과 언어를 써야 비로소 진짜 글이 된다.



그리고 그 문장만이,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 잘 쓰는 사람이 많은 세상에서 자신만의 문장을 고집스럽게 써 내려간다는 건 어쩌면 느리지만 가장 단단한 글쓰기일지도 모른다.

keyword
목, 일 연재
이전 22화내 글을 싫어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