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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란 파스타 따위가 맛있을 줄이야

색다른 도전은 새로운 행복을 데려온다

by 윤채

"명란? 그런 걸 왜 먹어?"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지만, '명란'이란 단어만 들어도 인상이 찌푸려졌다. 어감부터 낯설고, 겉모습은 더 낯설었다. 비린내 날 것 같은 이름, 공포 영화에 등장할 법한 외형. 딱히 해산물을 좋아하지도 않으니, 명란은 늘 회피의 대상이었다.



그런 내가, 명란 파스타를 먹게 된 날이 있다.



"나 오늘 명란 파스타 먹고 싶어!"



지인의 말에 반사적으로 "난 됐어"라고 말하려던 찰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안 해본 걸 해보면, 창작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낯선 경험이 새로운 감각을 깨우듯, 생소한 맛도 나에게 또 다른 감각의 문을 열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지난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도 카레, 베트남 쌀국수까지는 괜찮았지만, 명란만큼은 선뜻 도전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음식이 나오자마자 날계란이 한가운데 놓인 걸 보고 다시 한번 움찔했다. 하지만 결국, 한 입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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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맛있는데?'



짭조름한 명란이 크림 파스타의 느끼함을 부드럽게 덮어주고,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은 생각보다 훨씬 재밌었다. 예상외의 맛에 놀라고, 중독성 있는 풍미에 빠져든다. 접시가 비워질 즈음엔, 오히려 내가 더 열광하고 있었다. 심지어 돌아오는 길에 명란 버터밥 레시피까지 검색했다.



낯설고 어색했던 맛이, 설렘으로 바뀌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순간 새삼 깨달았다. 맛이라는 것도, 인생이라는 것도 비슷하다는 걸.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것들엔 본능적으로 경계심이 따라붙지만, 막상 해보면 의외로 괜찮거나, 심지어 즐거운 경우도 많다는 걸.



명란 파스타는 내게 그걸 다시 알려줬다.



내가 만든 울타리 안에서만 살아가기엔 세상엔 맛있는 것도, 재미있는 것도 너무 많다.



다음엔 또 어떤 음식에 도전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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