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가 버거울 때 나를 위로하는 소울 푸드
왜일까. 이상하게도 힘든 날이면 라면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빨갛게 우러난 국물, 부드럽고 쫄깃한 면발. 한 입 머금는 순간, 나를 짓누르던 스트레스의 무게가 조금은 덜어진다. 라면은 저렴하고 조리도 간단하다. 그래서 더 자주 더 쉽게 나를 위로해 준다.
한동안 웹소설이나 전자책 원고를 마감하고 나면 꼭 라면을 먹었다. 특히 얼큰한 라면을 좋아하는데, 매운 국물을 들이켜고 나면 속이 시원해지는 기분마저 든다.
글쓰기가 아무리 즐거워도 마감은 에너지를 바닥까지 끌어내는 일이다. 글자를 쥐어짜는 동안 쌓인 긴장도 만만치 않다. 그럴 때 라면 한 그릇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끝까지 버틴 나 자신에게 건네는 보상처럼 느껴졌다.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갈 때면, '아, 이제 정말 해냈구나'하는 안도감이 퍼지곤 했다.
이에 관해 찾아보니 심리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탄수화물과 나트륨은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해 도파민을 분비한다. 라면이 인생의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지만, '지금 이 순간' 마음을 달래 주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라면을 떠올리며, 잠시라도 위로받고 싶어 한다.
라면 한 그릇이 삶을 바꿔주진 않는다. 하지만 지친 하루 끝에 잠깐의 해방감을 선물한다. 결국 중요한 건 거창한 해답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숨을 고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오늘이 유난히 버거웠다면, 라면 한 젓가락에 마음을 얹어도 괜찮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버틴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