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장은 모든 이를 이롭게 한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
아내에게 카톡이 왔다. 나는 야근 중이었고, 아내에게 답장을 보냈다.
무슨 일인데?
활리, 지금 집에 혼자 있거든.
저녁 8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불금이다. 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자기는?
나는 지금 엄마랑 제라랑 고척 쪽에 축제에 와 있거든. 심신, 박미경이 노래 부르고 있어.
그럼 활리는 왜 집에 혼자 있어?
오늘 학원 하루 쉬면 안 되냐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는데 자꾸 힘들다고 해서... 내가 공감을 안 해 줬거든. 그랬더니 같이 가자 하니까 자긴 혼자 집에 있겠대.
그랬구나.
대충 감이 잡혔다.
아내는 가난한 집 첫째로 태어나 초등학생 때부터 스스로 공부해 공기업에 입사한 사람이다. 나는 수학이 재밌었어. 수학 문제가 안 풀리면 잠이 안 오고 끝내 안 풀리면 울었어. 아내는 자신의 학창 시절 공부에 대해 그렇게 말하곤 했다. 엄마는 공부 잘했잖아. 아이들도 그런 엄마를 인정한다. 아내 입장에서 공부 때문에 힘들어 하는 딸애는 이해 불가 대상인 모양이다. 그럴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다시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퇴근하면 활리하고 이아기해 볼게.
공부가 힘들다는데 솔직히 공감이 안 돼.
아내가 말한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답장을 보냈다.
그래도, 공감을 해 줘야지. 활리는 중학생이 되고 나서 지금까지 쉼 없이 달려왔어. 누구보다 휴식이 필요해.
난 모르겠어.
일단 알았어. 내가 활리랑 이야기할게. 일단은 공연 즐겨.
응, 고마워.
30분쯤 지나 활리(큰 딸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아빠 어디야?
어, 아직 회사야. 활리 혼자 집에 있다며?
응.
한참 동안 활리는 말이 없었다. 활리가 전화기 너머 울먹이는 소리가 들린다.
아가, 울지 마. 아빠가 빨리 들어갈게.
아이는 대답이 없다. 나는 큰 딸애를 언젠가부터 아가라고 불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큰 딸애는 둘째가 태어난 이후부터 줄곧 큰애였고, 그건 큰 딸애에게 조금 부당한 일이었다. 3살인데도 큰애고 10살인데도 큰애다. 반면 둘째는 3살이어도 애기 같고 10살이어도 애기 같았다. 어느 순간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큰 애가 안쓰러웠다. 고육지책으로 나는 큰애를 아가라고 부르자고 마음먹었다. 아가라고 하기엔 너무 커 버린 활리지만 나는 그 아이를 볼 때마다 한두 살 영아 때 활리의 얼굴을 떠올린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 그야말로 아가 자리를 독차지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 마음이 애잔해졌다.
아가, 오늘 있었던 일을 대충 듣긴 했는데, 네가 잘못한 건 없는 것 같구나. 아빠가 얼른 들어가서 이야기 들어줄 테니까 그 전까지는 음악 들으면서 좀 쉬고 있어. 네가 좋아하는 음악 크게 틀어놓고 쉬면 도움이 될 거야. 알았지?
(2부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