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MZ에 엮이고 싶지 않았는데 딱 걸려들었다

삶이란 당황스러움과 쓰라린 고통의 연속이다

by 김정은

MZ를 세대 단위로 묶어 싸잡아 비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나는 기본적으로 무슨 세대라는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편의상 시기로 한 집단을 묶어 분석하고 비판할 때나 유용한 단어라고 생각할 뿐이다. 물론 어느 특정 시기를 함께 경험한 이들이 공유하는 문화, 관습, 기억은 부정할 수 없으리라. 그러나 기본적으로 어느 시대나 인간이 가지는 욕망은 어느 정도 유사성을 지닌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어느 시대에나 통하는 디폴트값은 단지 인간의 욕망이며 의지 같은 것들이다. 시기별 특성은 역사학자들에게야 특별하겠으나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MZ에 대해 숱한 이야기, 숱한 사건들을 들어 왔다. 조심해야지. 물론 그렇게 생각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는 어느 시대 어느 기성세대든 할 법한 행동 양식에 해당한다. 나이먹은 이는 자신보다 덜 나이먹은 세대를 존중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경험이 더 쌓였다고 해서 거만하거나 거들먹거릴 자격이란 없는 것이다. 윗세대를 존중하듯 아랫세대도 존중해야 한다. 나의 MZ에 대한 태도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나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생겼다.


올 봄에 나는 국장 지시로 전국 국립대학 강연을 돌았다. 이른바 현업 언론인 특강이었다. 반응은 제법 뜨거웠고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것을 빼면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었다.


한 번은 국장 지시로 한 후배와 동행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사달이 났다. 기분좋게 강연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사무실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누가누가 강연이랍시고 가서 이상한 이야기를 했대.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내용을 강연 때 말해서 교수한테 정식 항의를 받았다는 거야.
급진적인 정치 이야기를 해서 정치적 중립성을 어겼어.


대충 이런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기가 막혔다. 우선은 모두 허위사실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항의를 받은 적이 없고 부적절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급진적인 강의 내용? 정치적 중립성 위반? 그것은 듣는 자가 판단할 내용이다. 언론인은 좌우에 치우침 없이 진실을 다뤄야 한다. 그것뿐이다. 그러나 정치 자체를 도외시하라는 언론 강령은 존재하지 않는다.


소문이 돈다고 할 땐 화가 났지만 그냥 넘기려 했다. 그런데 해당 내용이 회사 게시판에 떡 하니 등장했다. 2천명 이상이 그 글을 읽었고, 당사자는 누가 봐도 나라는 것을 사무실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그때에 이르러서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 녀석, 문제의 MZ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카톡을 보냈다. 이러이러한 내용이 게시판에 떴는데 설명 좀 부탁해. 1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카톡 답장이 왔다. 자신은 모르는 일이며 직접 확인해 보라는 것. 이게 끝이야?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나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선배, 길게는 통화 못 하고 잠깐은 가능해요.


해맑은 목소리였다. 나 참!


물론 좋은 말은 나갈 수가 없었다. 여러 말을 했으나 짧게 요약하면 이렇다. 나는 네 강의에 대해 단 한 마디도 누구에게 한 적이 없어. 그건 너에 대한 나의 예의이고 매너니까. 그런데 너는 십 년 이상 선배인 내 강의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하고 다녔니?


윗선배한테 보고는 했어요. 그리고 게시판 글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에요.


이건 선배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충고하는데 그렇게 살지 마라, 하고 전화를 끊었다.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그 MZ 녀석이 해맑은 표정으로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 표정이 사뭇 생경하고 그러한 태도가 당황스러웠다. 아, 이게 이 친구의 삶의 태도인가?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렇게 충고했다. 요즘 애들 다 그래. 네가 조심했어야지. 아마 걔 말고 다른 애가 갔어도 상황은 같았을 거야. 그런가? 그게 맞는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건 그저 그 녀석의 문제일 뿐이고 태도일 뿐이야. 나는 그렇게 단정하고 말 뿐이다.


MZ를 조심할 게 아니라 인간은 아래든 위든 모든 세대를 향해 존중과 겸손의 태도를 유지해야 해. 그것뿐이야. 다만 그들은 언제든 실수를 해. 나는 그것들을 잘 처리해야만 해. 문제를 바로잡고 내 갈 길을 나아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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