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아이들에게 가장 위대한 선생이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중 하나는 체험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체험을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장소는 자연이다. 자연은 인간의 힘으로 예측할 수 없고 저마다 같은 것이 없으며 그야말로 불규칙적이고 즉흥적이다. 이러한 자연 속에서 인간은 낯선 환경에 놓이게 됨으로써 새로운 것을 느끼고 보고 듣고 체험하게 된다.
캠핑을 시작한 지 벌써 4년 정도가 흘렀다.
나 같이 게으른 사람이 캠핑을 할 수 있을까?
답은 네, 가능합니다, 였다. 처음엔 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 두려움이 앞섰다. 나는 게으른 편은 아니지만 특정 영역에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이고, 그것은 곧 특정한 차원에서는 무척 무관심하고 게으르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 내가 캠핑을 결심한 데에는 교육이란 큰 목적이 내 삶에서 중요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기르는 데 있어 환경은 무척 중요하다. 요즘 사람들은 학군을 따져 강남이나 목동으로 이주하는 경향이 많은데 나는 이것이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라고 판단한다. 사람들은 명문대 진학률이나 학군, 학원 밀집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을 마치 맹모삼천지교쯤으로 오해하는 것 같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인간을 길러내는 것은 자연이고 사람이다. 인간이 제대로 성장하는 데에는 단 한 명의 스승, 단 한 명의 멘토면 충분하다.
대학진학률이나 명문대 진학 염원은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차지할지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는 지성과 학문 영역에서 그리 앞서가는 집단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이러한 분야에서 우리사회는 한참 뒤처져 있다. 그 잘난 서울대도 세계 명문대 순위 50위권을 들락날락한다. 공부에 있어서, 학문에 있어서 우리 사회는 그리 우등생이 아니다.
공부에 대한 집단 염원은 거의 광기의 수준인데 지성과 학문 영역에서 뒤처져 있다는 것은 크나큰 모순이다.
인풋은 가히 세계 최고라 할 만한데 아웃풋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이는 극적인 비효율인 데다 헛짓거리다. 우리사회에서 공부란 혹은 성적이란 국경 안에서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단으로써만 가치가 있을 뿐인 것이다. 시간 낭비, 돈 낭비에 아이들의 삶이 희생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모순의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강남이나 목동 대신 자연을 내 아이들 가까이 두고 싶다. 이유는 명쾌하다. 그게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인류의 오랜 역사를 통틀어 볼 때 지금처럼 아이들이 자연과 놀이로부터 분리된 적이 없었다. 이는 아이들에게 엄청난 불행이다.
아이들에게는 공부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자연에서의 체험이 중요하다. 이는 하나의 진리로써 변하지 않는 것이다. 21세기 아이들에게도 20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19세기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유가 필요하고 휴식이 필요하며 놀이가 필요하다. 그것이 아이를 더 건강하고 지적인 인간으로 변모시킨다는 믿음이 없이는 부모가 자연을 아이들 가까이 둘 수 없으리라.
아침 일찍 일어나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짐을 차 안에 구겨 넣었다. 엘리베이터로 주차장을 서너 번은 왕복해야 하는 성가신 일이다. 9시가 넘어 아내와 아이들을 깨우고, 차 안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오후 1시쯤 양평의 캠핑장에 도착했다. 아내는 의자를 펴고 나는 불을 피웠다. 처음엔 캠핑장 구조에 약간 실망했지만 오후 시간으로 접어들면서 숲이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자 마음이 설레고 자연이 선사하는 편안함과 풍요 속에 젖어들 수 있었다. 캠핑용 안락의자에 앉아 물끄러미 하늘에 그려진 나뭇가지와 나뭇잎을 바라보았다. 땅 위에는 장작이 타고 있다. 우리 가족이 주말 일상에 초대한 커다란 감격의 순간이었다.
나는 내 아이가 따뜻하고 지능을 갖춘, 교양 있는 인간이 되기를 원하기에 공부와 자유, 체험의 균형을 중시한다. 자연은 커다란 품으로 인간이 줄 수 없는 포옹과 감격을 내 아이에게 선물해 준다.
물론 사고도 있었다. 고기를 굽다가 아내와 싸운 것인데, 이는 아이들 기분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밤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들은 둘 모두 잠에 들었고, 아내는 운전을 하며 내내 말이 없었다. 나는 간신히 졸음을 쫓아가며 뒷자리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오늘의 체험이 오후 한때 꿈처럼 느껴졌다. 아내와 왜 싸웠을까? 아이들이 보는 가운데 꼭 그렇게 했어야 했나? 후회가 밀려왔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캠핑은 아빠들에게 여러 모로 힘겨운 여정이지만 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아빠들이여, 제발, 아이들에게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자. (특별히 나의 독자들에게 간곡히 호소 드린다.) 성적만을 쫓자면 목동이나 강남 이주를 해야겠지만 내 아이가 주체적이고 교양을 갖춘, 매력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길 원한다면 자연으로 가야 한다.
캠핑은 도시 삶에 찌든 내 아이가 자연을 만날 수 있는 희소한 경험이며 기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