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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Nov 01. 2023

이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는 믿음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스물다섯 살쯤으로 기억한다. 당시 나에게는 지하의 교회 예배당이 중요한 장소였고, 대학 교정, 바닥이 울퉁불퉁한 잔디밭과 나무, 새로 만들어진 커다란 못과 직각으로 죽죽 뻗은 길, 집으로 돌아가는 작은 골목들과 자전거, 그리고 막 사귀기 시작한 여자친구 등이 곁을 지켜 주었다. 젊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 얼마나 완전하고 불안하며 아름다운가? 나는 존재의 불완전성과 모순을 있는 그대로 포용할 수 있었다. 들여다볼 수는 없지만 느껴지는 내 안의 잠재성! 그것만으로 배가 불렀고, 평화를 만낄할 수 있었다.


바로 그때, 나는 문학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나는 무지한 데다 소심한 자아로부터 막 벗어나 있었고 독서에 대한 흥미로 가득 차 있었다. 글도 왕성한 의지를 가지고 썼다. 나는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내 실력을 대전제로 판단했을 때 문학이야말로 내가 가진 능력을 발휘할 만한 장소로 여겨졌다. 확신은 인간을 움직이게 하고 불안을 잠재운다.


어떻게 흘러간 것인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그때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바뀐 것은 내가 이 게임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막연한 기대 혹은 감정 같은 것들이다. 솔직히 나는 문학이란 이 넓은 장이 아주 공정하다거나 신성하다 혹은 투명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수심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까만 늪, 끝이 어디인지 모를 아득한 하늘처럼 지독한 불투명성과 암흑, 무지와 싸우는 느낌이다. 내가 이기지 못해서가 아니다. 물론 나는 어떻게 해서든 이 게임에 계속 참여하고 싸워나가야 한다. 나는 묵묵히 이 도전을 이어가야 한다.


그러나 이 게임은 진입로가 너무 좁고 나로부터 멀리 있는 이들이 문의 열쇠를 꽉 쥐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내가 밟고 나아가야 할 산인 것이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게임에 참여하며 하루하루 싸우고 버티고 있을까?


나는 그들과 한 배를 탄 동지이자 전우다.


우린 각자가 선택한 싸움, 이 치열하고 어쩌면 불공정할지 모르는 게임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삶의 희망을 놓아버리는 선택이다. 나는 나 스스로가 이 게임에 참가할 자격이 있는지 매일 되물어야 하고 나의 노력과 실력, 경쟁력, 능력으로 증명해 내야만 한다. 세상은 훌륭한 배관공을 필요로 하고 의로운 정치인을 필요로 하며 정직한 교사, 성실한 집배원,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피아니스트를 필요로 한다. 스스로 링에서 내려오지 않는 한 인간은 이러한 목표, 세상을 더 멋지고 풍요롭게 만드는 데 협력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것의 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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