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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왜 숨이 안 쉬어지는 걸까?

by 김정은

당신의 아이는 건강한가? 내 주변엔 아이가 아픈 집들이 더러 있다. 불의의 사고로, 혹은 태어나면서부터 질병을 갖게 된 것이다. 다른 어떤 것보다 마음이 아픈 것, 바로 아이가 아픈 상황이다. 왜 그랬든 상관없이 생면부지의 타인이라고 해도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마치 내 일처럼 느껴진다. 세상의 모든 아이는 내 아이나 다름없다.


첫째 딸은 어려서부터 잔병치레가 없는 편이었다. 잠도 잘 자고 그 나이 때 해야 할 것들을 스스로 알아서 척척 해내는 아이, 그게 내 첫째 딸래미다. 둘째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긴 한데, 첫째와 비교하자면 여기저기 문제가 소소하게나마 있는 편이다.



DALL·E 2023-11-20 12.56.45 - A cute elementary school-aged girl with a bright smile, wearing colorful clothes. She has long, wavy hair and is looking at the camera with sparkling .png

한번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 병원을 찾았다. 피검사부터 고가의 최신식 의학 장비를 이용한 정밀검사까지 몇 달에 걸쳐 받았다.


큰 이상 징후는 밝션되지 않네요.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까 싶어요. 좀 두고 보면 나아질 겁니다.


그게 다였다. 아, 의사가 그렇다는데 무슨 말을 하겠는가? 하지만 부모 마음이 어디 그렇게 쉽게 단념이 되나. 걱정이 되고 또 걱정이 됐다. 이게 정말 별 일 아닌 걸까? 혹시 무슨 심각한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으로 만리장성을 쌓았다 부수길 반복한다. 뾰족한 수도 없이.


그리고 바로 어젯밤, 둘째가 잠이 들 즈음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나는 딸애의 가슴을 문질러주면서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소리만 반복했다. 나는 이미 졸릴 대로 졸려 잠에 빠져들기 일보 직전이었으니 허공에 대고 하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걱정이 됐다. 아이가 자고 있는데 정말 이상없이 괜찮은 건지. 왜 그런 건지.


심리적인 것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추정은 됐다. 워낙 별난 언니를 둔 터라 둘째는 마음고생이 심하다. 오죽하면 제 전화기에 '앗, 비상주의보 괴물이 나타났다, 얼른 피해!'라고 언니 이름을 저장했을 정도니.


내 어머니, 내가 기침만 해도 걱정하셨던 사람이다. 물론 나는 그 정도는 아닌 데다, 사실 좀 무심한 편이다. 특별히 질병에 대해서는 걱정이 되지만 결국엔 건강하게 클 거야, 라고 넘긴다.



DALL·E 2023-11-20 13.15.20 - A father holding a newborn baby gently. The father is smiling warmly, looking down at the baby with love and care. He has short hair and casual clothi.png


손이 컸으면 좋겠어, 눈이 예뻤으면 좋겠어, 키가 컸으면 좋겠어, 다리가 길었으면 좋겠어... .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땐 온갖 바람을 가지지만 막상 출산 직전에는 단 한 가지 바람만 가지게 된다고 하지 않는가? 아무 이상 없이 건강하게만 태어나 줬으면 좋겠어, 라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이 잊혀지기 마련이다. 바로 건강이다. 내 아이, 무탈하게 건강하게 크기만을! 그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 미술을 좀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 영어 수업 시간에는 딴짓하지 않고 좀 제대로 집중해 주었으면 좋겠어, 수학을 집중해서 하면 좋겠어... . 요즘 그런 바람을 한창 가지고 사는데 정신이 번쩍 든다.


그저 건강하게 커 줬으면 해.


그게 가장 중요하다. 둘째 아이, 왜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은 걸까? 하루 종일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지난번에도 병원 갔는데 아무 이상 없대. 집사람이 말한다. 조금은 걱정이 놓인다. 그렇다 해도, 정말 괜찮은 걸까? 활리야, 제라야, 건강하게 커 다오. 아빠는 빌고 또 빈단다. 너희 둘이 건강하게 큰다면 바랄 것이 없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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