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이는 건강한가? 내 주변엔 아이가 아픈 집들이 더러 있다. 불의의 사고로, 혹은 태어나면서부터 질병을 갖게 된 것이다. 다른 어떤 것보다 마음이 아픈 것, 바로 아이가 아픈 상황이다. 왜 그랬든 상관없이 생면부지의 타인이라고 해도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마치 내 일처럼 느껴진다. 세상의 모든 아이는 내 아이나 다름없다.
첫째 딸은 어려서부터 잔병치레가 없는 편이었다. 잠도 잘 자고 그 나이 때 해야 할 것들을 스스로 알아서 척척 해내는 아이, 그게 내 첫째 딸래미다. 둘째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긴 한데, 첫째와 비교하자면 여기저기 문제가 소소하게나마 있는 편이다.
한번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 병원을 찾았다. 피검사부터 고가의 최신식 의학 장비를 이용한 정밀검사까지 몇 달에 걸쳐 받았다.
큰 이상 징후는 밝션되지 않네요.
원인을 찾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까 싶어요. 좀 두고 보면 나아질 겁니다.
그게 다였다. 아, 의사가 그렇다는데 무슨 말을 하겠는가? 하지만 부모 마음이 어디 그렇게 쉽게 단념이 되나. 걱정이 되고 또 걱정이 됐다. 이게 정말 별 일 아닌 걸까? 혹시 무슨 심각한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으로 만리장성을 쌓았다 부수길 반복한다. 뾰족한 수도 없이.
그리고 바로 어젯밤, 둘째가 잠이 들 즈음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나는 딸애의 가슴을 문질러주면서 왜 그럴까, 왜 그럴까, 소리만 반복했다. 나는 이미 졸릴 대로 졸려 잠에 빠져들기 일보 직전이었으니 허공에 대고 하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걱정이 됐다. 아이가 자고 있는데 정말 이상없이 괜찮은 건지. 왜 그런 건지.
심리적인 것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추정은 됐다. 워낙 별난 언니를 둔 터라 둘째는 마음고생이 심하다. 오죽하면 제 전화기에 '앗, 비상주의보 괴물이 나타났다, 얼른 피해!'라고 언니 이름을 저장했을 정도니.
내 어머니, 내가 기침만 해도 걱정하셨던 사람이다. 물론 나는 그 정도는 아닌 데다, 사실 좀 무심한 편이다. 특별히 질병에 대해서는 걱정이 되지만 결국엔 건강하게 클 거야, 라고 넘긴다.
손이 컸으면 좋겠어, 눈이 예뻤으면 좋겠어, 키가 컸으면 좋겠어, 다리가 길었으면 좋겠어... .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땐 온갖 바람을 가지지만 막상 출산 직전에는 단 한 가지 바람만 가지게 된다고 하지 않는가? 아무 이상 없이 건강하게만 태어나 줬으면 좋겠어, 라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이 잊혀지기 마련이다. 바로 건강이다. 내 아이, 무탈하게 건강하게 크기만을! 그게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 미술을 좀 더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 영어 수업 시간에는 딴짓하지 않고 좀 제대로 집중해 주었으면 좋겠어, 수학을 집중해서 하면 좋겠어... . 요즘 그런 바람을 한창 가지고 사는데 정신이 번쩍 든다.
그저 건강하게 커 줬으면 해.
그게 가장 중요하다. 둘째 아이, 왜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은 걸까? 하루 종일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 지난번에도 병원 갔는데 아무 이상 없대. 집사람이 말한다. 조금은 걱정이 놓인다. 그렇다 해도, 정말 괜찮은 걸까? 활리야, 제라야, 건강하게 커 다오. 아빠는 빌고 또 빈단다. 너희 둘이 건강하게 큰다면 바랄 것이 없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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