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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퇴직은? 1

by 김정은

2022년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3.6세이다. KB금융그룹 경영연구소가 지난 11월 26일 발간한 ‘2023 KB골든라이프’ 보고서에 따르면 아직 은퇴하지 않은 가구는 평균 65세에 은퇴하기를 희망한다. 법정 정년(60세)보다 5년 더 일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실제 은퇴하는 나이는 평균 55세다.


40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는 대개 (여러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면) 은퇴자산 마련, 주거 안정성, 자녀 교육, 자기 계발 순이다. 40대가 ‘은퇴 후’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실제로 은퇴가 눈 앞으로 다가오고 있어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9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많은 근로자가 50세 즈음에 명예퇴직으로 주된 일자리를 떠난다”고 했다. 대학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한 회사를 50세정도까지밖에 다니지 못한다는 뜻이다.(조선일보 인용)



DALL·E 2023-12-01 12.38.52 - A young Caucasian male factory worker during the Industrial Revolution in England. He is wearing old, somewhat dirty work clothes, with oil and dirt o.png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스템은 산업혁명을 기준으로 따져 봐도 300년 정도밖에 안 된 것이다. 구인 요건에 맞춰 학교를 다니고 졸업장과 스펙을 가지고 취업하고 퇴직하는 사이클이란 기껏해야 우리사회에서 100년이 채 안 되었다.


그러나 이 낡은 사이클, 이 낡은 시스템은 여전히 우리 아이들을 가두고 있다. 좋은 대학, 소위 명문대에 보내려는 아귀다툼이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학교 시스템이 굳이 필요한가 의문을 제기했다. 한 마디로 시간 낭비라는 것이다. 학교는 교육을 담당하는 국가 기관이 정한 일정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이른바 의무교육이라 불리는 제도다. 문제는 이것이 우리의 인식 속에는 거의 신앙이 되었다는 데 있다. 이 안에서 무한 경쟁을 펼치도록 아이를 가르치고 있다.


그 증거가 학원이다. 학원 의존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아이가 초등 고학년이 되면 거의 100퍼센트에 가깝게 학원을 등록해 교육시키고 있다.



DALL·E 2023-12-01 12.38.44 - Diverse children studying in a library. One child is an Asian female student, sitting at a desk and reading a book intently. Another child is a Black .png



우리 사회의 교육이란 학교 - 학원 병립 제도다. 사실상 같은 내용을 두 번 가르치는 셈이다. 하나는 무료로 그리고 다른 하나는 (편차가 있으나 대체로) 고액, 높은 비용을 치른다.


자, 지구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으로 진입 중이다. 평균 수명은 100세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탄생 - 교육 - 취업 - 은퇴 - 죽음'이란 생애 주기도 바뀌고 있다. 특별히 '취업 - 은퇴 - 죽음'이란 안정되었던 사이클에 빨간불이 켜졌다. '취업 - 은퇴 - 취업 - 취업 - ?' 우린 이 새로운 사이클, 불안한 시스템에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이에 어떤 대비를 시키고 있을까? 우리의 인식, 사고, 철학은 다가오는, 아니 이미 진행 중인 새 패러다임에 적합하게 바뀌고 있는가?


스무 살 이전까지 학교 - 학원 시스템에 길들여지도록 강요하는 교육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것은 우선 젊은 취업(2-30대의 취업을 이렇게 부르기로 하자)에서도 크게 경쟁력이 없다. 잘해봐야 30퍼센트 정도만이 혜택을 볼 것이다. 더욱이 늙은 취업(4-50대 이후의 취업을 이렇게 부르기로 하자)의 관점에서 보면 3퍼센도 혜택을 보기 어렵다. 즉, 이것은 좋은 대안이 아니다.



DALL·E 2023-12-01 12.38.36 - An elderly Hispanic woman working in a small garden, tenderly tending to the flowers. She is wearing knee pads and planting flowers, with gardening to.png



젊은 취업과 늙은 취업, 이 두 관문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춘 인간으로 길러내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 나는 이것을 '자기 학습'이라 명명하겠다. 물론 어제 오늘 나온 명칭은 아니리라. 자기주도 학습, 평생 학습 등 이제까지 수많은 명칭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학습의 핵심은 자기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데 있다. 자기 능력의 최대치를 끌어낼 수 있어야 생명력이 길고 공동체 내에서 가치가 있으며 꾸준히 할 수 있다. 일정한 정보를 암기시키고 성적을 토대로 순위를 매기는 방식은 자기 학습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단지 암기력 테스트, 정보 테스트, 부분 능력 테스트에 그칠 수밖에 없다.


물론 교육의 전통은 무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수학, 과학, 언어, 역사 같은 과목의 중요성은 영원히 강조될지 모른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러나 지금의 학교 - 학원 병립 구조로 아이들의 귀중한 시간을 강제로 탈취하는 시스템은 폐기되어야 한다. 경쟁력, 효율성 면에서 이것은 가치를 잃은 낡은 방식이다.


'탄생 - 교육 - 취업 - 취업 - 취업 - .... - 죽음'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즉 은퇴가 없을지도 모르는 미래 사회에서 경쟁력을 지니려면 결국 자기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 되리라고 나는 믿는다. 키는 개별성에서 찾아야 한다. 지난 100년의 교육에는 없던 것이다. 지난 100년의 교육, 즉 학교 - 학원 시스템은 개별성이 아닌 집단성, 다름이 아닌 같음, 동일성을 토대로 했다. 주체가 없고 주어진 것을 잘 따라가는 종속성, 답습 능력, 모사, 복제 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것은 비슷비슷한 능력을 지닌 엘리트가 필요한 산업화 사회에 유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산업화 사회에서 생긴 많은 직업은 AI가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DALL·E 2023-12-01 12.41.16 - A young Caucasian female adventurer with a backpack, standing on a deserted road, surrounded by beautiful natural scenery. Mountains and forests are v.png



따라서 개인의 주체성, 개별성, 개성, 차별성만이 대안으로 떠오른다. 학교 - 학원 시스템에 종속되었던 시간을 빼 주체성과 개성, 차별성을 기르는 데 할애해야 한다. 물론 이것은 대단히 불안하고 모호하고 불투명한 길이다. 학교 - 학원 방식에 의존했던 것을 대체해 이제 스스로, 각 가정이 주체적으로 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막연하고 힘든 과제다.


그러나 이제는 나의 퇴직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겪을 퇴직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 퇴직을 고민하면서 정작 내 아이는 20세기 산업화 시대의 낡은 첨병으로 교육시킨다면 이는 커다란 모순이자 시간 낭비가 아닌가?


(2화로 이어집니다. 2화에서는 구체적으로 내 아이의 퇴직 준비 요령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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