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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가장 행복하다

by 김정은

변하지 않는 명제가 하나 있다, 내게는. 바로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어야 한다, 는 것. 오늘은 내 생애 마지막 날일 수 있다.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이기도 하다. 마지막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가장 젊은 날(그래서 눈부신 날)이라는 것은 모순된다. 이 모순이 오늘을 더 극적으로 만들어 준다.


내 행복은 루틴에 있다. 루틴이 없었다면 내게 주어진 시간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루틴이 있기에 나는 늘 시간을 점검하고 남은 시간을 체크하며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의 양을 조절한다. 나의 루틴이란, 일정한 분량의 책을 읽고 일정한 분량의 글을 쓰는 것이다. 그 사이사이 커피를 마시고 음악을 듣고 산책을 하고 간혹이지만 사람들과 수다를 떤다.




DALL·E 2023-12-04 06.03.32 - A traveler navigating the vast ocean. The scene features a Black man with short, neatly trimmed hair, standing confidently at the helm of a small sail.png



내가 만약 과학 분야의 종사자였다면, 발견이나 기술 쪽에 관심을 가졌다면 아마도 그 일에 매일같이 매달렸을 것이다. 관련 서적을 읽고 매일 분석하고 결과를 기록했을지 모른다.


왜 하필 문학이었을까?


그것은 운명이다. 내가 어찌 해 볼 수 없는 것. 동시에 나 스스로 강한 의지와 애착을 갖고 결정내린 것. 문학이 목표가 되었고 좋은 문학을 향한 긴 여정을 시작했다. 내 삶의 모든 조각들은 문학이란 한 점으로 수렴된다. 이야기. 인류의 오래된 창조적 유산과 전통. 인간이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적어도 3만 년 전 이전일 것으로 추정된다. 발견되는 유물만으로는 3만 년 전 인간들이 지어낸 이야기를 추측할 방법이 없다. 다만 그들은 예술품을 만들어냈고, 창의성이 있었으며 스스로를 꾸밀 줄 알았다.



DALL·E 2023-12-04 06.03.37 - A traveler encountering a breathtaking view. The traveler, a Hispanic woman with long, wavy brown hair, stands in awe, her eyes wide with amazement an.png



나는 인류의 오랜 전통을 계승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나 다름없다.


내 책이 내가 쓴 이야기가 서점의 서가에 걸려 있는 것을 상상한다. 그 상상은 언제나 날 행복하게 만든다. 내가 두려워하는 오직 한 가지, 이야기의 샘이 마르는 것, 나는 그 샘의 물이 마르지 않게 하려 안간힘을 쓴다. 음악을 듣고 산책을 하고 여행을 떠난다.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같은 영화를 몇 번씩 반복해 본다.


이 세상에 태어나 가장 행복한 일은 내가 목적지를 가진 여행자가 되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다. 그것은 내가 신으로부터 받은 가장 큰 선물이다. 나는 여러 면에서 문제가 있고 결함이 많은 동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여정의 종착지를 명확히 알고 있고 내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다. 내게는 훌륭한 나침반이 있고 훌륭한 동행자가 있다. 그래서 즐겁다.




DALL·E 2023-12-04 06.03.40 - A traveler encountering a breathtaking view. The traveler, a Hispanic woman with long, wavy brown hair, stands in awe, her eyes wide with amazement an.png



만약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해도 나는 목표를 쫓다 멈춘 이가 되리라. 그리고 가장 젊은 날을 눈부시게 살아낸 이로 남으리라. 탐험하기를 주저하지 않은 인간, 도전을 멈추지 않은 사람, 마지막까지 열정과 의지를 가지고 부딪힌 사람으로. 그것이면 족하다.


오늘을 마치면 다시 또 오늘이 오고, 그 오늘이 계속해서 생성된다. 나는 순간순간 구름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처럼 행복을 느낀다. 바로 오늘 살아있기 때문이리라. 아직은 여행이 남아 있다는 데 안도한다. 더 가 볼 수 있다는 것, 가다 보면 어쩌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아름다운 광경을 목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그것들이 날 꿈 꾸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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