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에서는 일반적으로 뒷굽이 높은 여성용 구두를 의미하지만, 중세에는 남성 귀족들의 패션용품이었다. 따지고 보면 가터벨트, 스타킹과 비슷한 역사를 가진 물건. 하이힐의 기원은 기원전 3,500년경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위층일수록 자신을 뭔가 돋보이게 꾸미고자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었으며, 하이힐은 바로 이러한 고위층의 욕망이 만들어낸 사치품의 일종이었다. 하이힐을 신음으로써 키를 높여서 하위 계급인 사람들보다 더 커보이려는 것이 그 목적이었던 것이다. 이후 그리스와 로마제국 등을 통해 유럽 전역으로 하이힐이 퍼져나갔다. 당시 하이힐을 쓰는 목적은 상기한 대로 고위층이 자신을 꾸미기 위한, 즉 키가 커 보이기 위한 것과, 말을 탈 때 발걸이에 발을 잘 걸칠 수 있게 하기 위한 용도였다. 따라서 하이힐은 당연히 남자들이 주로 신는 신발이었으며, 여성은 다소 늦게 하이힐 착용을 시작하였다.
-하이힐의 기원 (나무위키)
길을 걸어가다 보면,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겉모습만으로도 아름답고 멋진 여성과 남성을 만난다. 물론 우리는 경험을 통해, 겉모습은 그저 겉모습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안다. 10분만 대화를 나눠도 내가 받은 인상이 진실이 아니었음을 깨닫는 때가 많다. 겉모습은 어디까지나 개인이 주관적으로 받는 인상일 뿐이리라. 하지만 그렇다 해도 겉모습은 여러 모로 중요하다. 좋은 인상을 풍기고 매력을 나타내는 것, 여기엔 겉모습이 매우 큰 역할을 한다.
신이 창조한 몸의 원형 그대로가 아니라 자신이 가진 솜씨를 가지고 얼마든지 창조할 수 있는 영역, 그것이 외모다. 어떻게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만지고 어떤 옷을 입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외모는 확연하게 달리 보인다.
신은 여자에게 하이힐을 주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확실히, 하이힐은 여자의 모습을 달리 보이게 만든다. 선을 길게 늘려 아름다운 몸의 비율을 만들어주는, 일종의 착시다. 그걸 알면서도, 우리 눈은 보이는 것과 실제를 구분하지 못한다.
하이힐이 내는 소리도 멋스럽다. 나의 경우에, 남자들이 신은 가죽 구두 뒷굽 소리 혹은 여자가 신은 하이힐 굽소리가 참 좋다. 왠지 모를 당찬 여운이 느껴지고 무엇이든 준비되어 있는 듯한 꽉 찬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그 혹은 그녀는 왠지 매력적이고 자신감이 넘치고 수준 높은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것이다. 물론 느낌은 그저 느낌일 뿐이지만.
물론 오래전부터 하이힐을 신은 남성들도 있었는데 그건 좀 보기 민망하다. 왠지 하이힐은 오직 여성들에게만 내려진 갑옷 같다. 남자의 경우, 하이힐이나 굽이 높아도 맵시가 살지 않는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여성에게 적용되는 것이 왜 남자에겐 적용되지 않을까? 물론 나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여성에게 하이힐이 있다면, 신은 남성에게는 무엇을 선물로 주었을까? 가죽 구두일까? 금장 시계일까? 반지? 셔츠? 슈트?
내 생각에, 신은 남자에게 넥타이를 선물로 주었다.
30년 전쟁 때 크로아티아 군인들이 목을 보호하기 위해 두른 목수건 크라바트에서 유래했다. 이 크라바트는 계급장도 겸했는데, 넥타이의 색, 무늬나 넥타이의 장식에 따라 지위고하를 구분했다. 정확히는 넥타이핀이 계급장의 형태였으며 넥타이 색은 일종의 부대 마크 개념이었다. 이들이 매고 다니던 크라바트는 파리 시민들의 관심을 샀다. 그리고 역시 이 것을 본 소년왕 루이 14세가 아직 7세이던 1646년부터 이것을 매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 프랑스 귀족 패션의 일부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이탈리아어로 넥타이를 Cravate라고 한다. 이는 모든 목에 두르는 천 (스카프와 머플러) 등의 시초가 되었고 이후 여러 가지 타이(사실 넥타이는 타이의 한 종류)가 개발되어 남성 정장의 대표적인 장식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패셔니스타 에드워드 8세와 사무직의 확산으로 인해 정장에 반드시 따라붙는 아이템이 되어,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필수로 착용해야 할 아이템이며 수많은 사무 관련 직종, 학생의 교복 등 유니폼에 기본적으로 포함된다.
-넥타이의 기원 '나무위키'
여성에겐 거의 주어지지 않은 것, 남성만의 트레이트마크는 역시 넥타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비즈니스맨이나 사무직원들이 주로 이 넥타이를 흔히 착용한다. 그런데 이것, 잘못 매면 참 보기 흉하다. 자신에게 맞는 컬러, 천(실크, 면, 울 등), 너비로 골라야 한다. 잘만 고른다면, 자신에게 안성맞춤으로 어울리는 것을 찾아낸다면 넥타이만큼 보기에 근사한 것도 드물다. 딤플(보조개)을 넣어 잘 맨 넥타이는 그 사람을 완전히 다른 인물로 표현해낸다. 물론 대개의 남자들은 넥타이 매는 것을 불편해 한다 - 나도 그렇다. 목을 세게 조이는 데다 식사할 때나 안전 벨트를 맬 때에도 불편하다.
그러나 멋을 위해서는 무언가 희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넥타이는 남성에겐 최고의 선택이다. 물론 매일 맬 수는 없다고 해도 나, 가끔은 넥타이를 맨다. 올바른 선택을 한 날은 기분이 좋고 보기에도 맵시 난다. 훌륭한 넥타이는 훌륭한 패션을 완성하고 나 자신에게 묘한 자신감을 허락한다.
하이힐이 그러하듯, 넥타이 역시 멋의 상징이 되려면 어느 정도 몸이 뒷받침되어야 하리라. 넥타이를 멜 때마다 나는 자신을 한탄하곤 한다. 살을 좀 더 빼야겠어, 어깨에 좀 더 근육이 붙어야겠네, 라고 다짐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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