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회성 1도 없는 초1 아들 어떻게 훈육해야 할까?

by 김정은

내 아이가 착하고 귀염성이 있어 친구들한테도 인기가 있고 주변 어른들한테도 칭찬을 들었으면 좋겠어.


모든 부모의 바람이리라.


그런데 그런 아이, 찾아보면 많지 않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자기 일은 알아서 척척 해내고 부모 말도 웬만큼 잘듣는 아이. 그런 아이, 많지 않기에 인기가 있는 것이다. 내성적인가 외향적인가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것은 타고난 성향이다. 내향적이든 외향적이든 아이는 태도나 마음가짐, 자존감 등의 영향을 받는다. 부모로부터 적절한 훈육에 의해 길러지고 올바른 태도를 지닌 아이라면 성향과 상관없이 예쁨을 받고 또래들로부터 소외되지 않는다.


지금 당신의 아이는 어떠한가?



DALL·E 2023-12-12 09.33.14 - A heartwarming scene of a child spending a joyful time with their parents. The child, a mix of excitement and happiness on their face, is playing a bo.png



내 아내의 친구 이야기다. 아내의 친구는 (나는 잘 모르지만 아내의 이야기를 듣자면) 늦은 나이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아들 둘을 낳았고, 삶은 평탄해 보였다. 그런데 괜찮은 줄 알고 있던 큰 아들내미가 계속 문제를 일으켰다. 유치원에 다닐 무렵부터 친구들과 치고받는 싸움이 잦았다고 한다. 남자애들끼리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넘겼을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지금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모양이다. 한번은 자동차 사고 현장을 목격했는데 아이가 이렇게 말하더란다. "저 사고 때문에 우리가 늦게 생겼네." 아이 엄마는 아들의 말에 큰 충격을 받은 듯하다. 어떻게 끔찍한 사고 현장을 보고 다친 사람 없을까, 걱정하는 게 아니라 시간 늦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내 아내의 친구는 자기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방문했다. 병원에서는 약물 치료를 권했다고 한다. 역할 치료를 해 보자고 한 곳도 있었다고 했다. 정작 문제는 병원마다, 의사마다, 전문가마다 내놓는 해결책이 다르다는 데 있었다. 어디에서는 아이가 애정 결핍이니 무조건 지지해 주고 공감해 주라고 처방하는가 하면 다른 데에서는 약물 치료를 권하니 아이 엄마로서는 도무지 어떻게 하는 게 옳은지 헷갈리는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아서 그렇지 각 가정마다 조금씩 아이 문제를 안고 있다. 대화가 부족한 가정, 사랑과 지지가 부족한 가정,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한 가정, 학습이 없는 가정 등 종류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지경이다.



DALL·E 2023-12-12 09.30.16 - A ten-year-old boy who looks kind and cool. He is standing in a park, smiling warmly, exuding a friendly and approachable demeanor. The boy is stylish.png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것은 실로 험난한 여정이다. 부부가 된다는 것도 한 인간에게는 시련의 관문인데, 이에 더해 부모가 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아무 생각, 준비 없이 되는 대로 하자, 한다면 할 말이 없겠으나 제대로 알고 이 일을 해내고자 한다면 챙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신체적 정신적 발달, 지적 발달, 학습 능력, 사회성, 자신감, 자존감, 예의범절 등 어느 한 가지도 소홀할 수 없는 것이다. 부모라면 이 모든 것이 제대로 적절하게 갖춰질 수 있도록, 성장할 수 있도록, 발달하도록 도와 주고 책임져야 한다. 이 모든 행위가 바로 훈육이다.


그러나 부모 학습을 받은 적이 없는 데다 직장 생활, 살림 등에 시간을 빼앗기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아이는 홀로 어디 한 구석에서 제멋대로 자랄 수 있다. 이러한 시간이 조금씩 축적되면 어느 날 짠 하고 내가 모르는 어린 악마 하나가 턱 하고 서 있는 광경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 어린 악마는 심지어 내가 낳아 기른 녀석이다.


모든 아이는 착하게 태어났으니 그대로 놔두어도 잘 자란다, 하는 식으로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건 헛소리다. 모든 아이는 착하게 태어나지도 않았고 그냥 놔두어 저 홀로 잘 자라는 아이는 없다. 아이는 대개 부모의 뺨을 때려 보며 자기 행동의 한계를 탐색하고 울고 때 쓰며 자신에게 애정을 보여 달라고 호소한다. 아이들이 울거나 소리지르는 것은 이 집의 지배자가 되겠다는 신호다. 많은 부모들이 이러한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긴다. 집이나 유치원, 학교 등 어디에서든 지배자가 되고자 하는 아이의 야욕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문제는 이것을 통제하고 일정한 금을 그어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데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제멋대로 행동할 테고 가는 곳마다 문제를 일으키는 불량배가 될 수 있다.


내 아내의 친구 아들내미의 경우, 아마도 유아기 때부터 적절한 금지와 제한을 두는 교육이 없었던 듯하다. 부모가 적절한 행동양식을 가르치지 못했고 나아가 도덕성이나 사회성과 관련된 훈육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아들내미가 벌써 초등학교 1학년이니 엄마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생각까지 한다고 했다. 이대로 두면 아들이 어떻게 클지 쉽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직장이 아니라 아들내미를 치료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DALL·E 2023-12-12 09.33.17 - A heartwarming scene of a child spending a joyful time with their parents. The child, a mix of excitement and happiness on their face, is playing a bo.png



이런 경우, 쉽게 문제가 개선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문제는 7-8년 동안 장기적으로 축적되어 나타난 만큼 이것을 고치는 데에도 그만한 시간이 들 것이라고 봐야 한다. 내 생각에, 다음의 몇 가지를 중심으로 훈육을 해야 하리라.


1.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구분

2. 올바르게 생각하기 훈련

3. 사랑과 신뢰


우선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구분이란, 행동과 관련된 것이다. 또래 관계에서 보이는 폭력성은 이 구분이 모호하거나 없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해서는 안 되는 행동에 대한 인지가 필요하다. 어느 선까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5세를 전후해 폭력성을 보이는 아이의 경우 10대가 되어 처벌 받을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따라서 반드시 잘못된 행동, 표현에 대해 제재가 들어가야 한다. 이는 예의 범절, 사회성과도 연관되어 있다. 폭력적인 아이는 정상적인 친구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아이들은 언제든 나를 때릴 수 있는 사람을 친구로 두려 하지 않을 것이다. 선생이나 주변 어른도 폭력적인 아이를 보면 눈을 찌뿌릴 것이다. 방치하면 누구보다 아이 자신에게 좋지 않다. 이것은 성인 레벨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과 타인,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 적절한 기준을 제시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 자신을 지키는 것, 타인을 존중하는 것, 생명과 자연에 대해, 설명해 주어야 한다. 아이는 부모가 알려주는 내용 이상을 뛰어넘어 생각할 수 없다. 부모는 아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해 정의 내려 주고 적절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깊은 대화가 필요한 영역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아이는 올바르게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게 되리라.



DALL·E 2023-12-12 09.35.50 - A family exploring a dense forest. The illustration shows a family of four, with two parents and two children, wandering through a thickly wooded area.png



마지막으로 사랑과 신뢰다. 아이의 친구가 되고 싶다. 이렇게 말하는 철없는 부모들이 많다. 일정 부분 공감이 가지만, 부모는 아이의 친구가 아니다. 아이에겐 부모 말고도 친구가 많다. 굳이 부모까지 아이의 친구가 되려 키를 낮출 필요는 없다. 부모는 훈육자가 되기 위해 권위를 가져야 한다. 어떤 아이도 권위 없는 훈육자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는다. 훈육과 훈련에 실패하는 대부분의 부모의 경우, 권위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부모는 아이보다 경험이 많고 정보에 있어서 압도적이며 물리적으로 덩치가 크다. 이것은 부모가 훈육자가 될 수 있는 기본 조건이다. 부모는 늘 자상하고 따뜻한 마음과 태도로 아이에게 지지를 보내고 사랑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엔 태도를 바꿔 엄정하고 무서운 표정으로 단호하게 아이를 야단쳐야 한다. 때론 물리적 방법도 동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를 앉혀 놓고 일어서지 못하도록 어깨를 꾹 눌러 준다든가 하는 것이다. 네가 잘못했다는 걸 충분히 인지할 때까지 거기 그냥 앉아 있어! 단호하게 말하면서 말이다. 부모의 사랑과 신뢰란 단호한 태도 없이는 무용지물이다. 잘못했을 때 야단칠 수 없는 부모의 사랑이란 그저 악마가 된 아이의 먹잇감일 뿐이다.


아마도 내 아내의 친구는 엄마로서 당분간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세상의 모든 부모는 이러한 책임을 지며 살아간다. 오랜 기간 방치된 채 지나 온 시간은 악마로 변해버린 아이의 역습으로 막이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되돌릴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신을 차리고 아이 훈육에 최선을 다한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이는 예의 바르고 착한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믿음을 갖고 어른답게 나아가야 한다. 세상의 모든 아이는 그 집 부모의 행동이 만들어낸 조각이다. 결국 모든 것은 부모의 책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니, 책임과 역할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구독은 작가를 춤추게 하며 작가가 더 좋은 글을 쓰도록 독려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