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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내가 직접 챙겨야 하는 이유

by 김정은

나는 내가 선생인 게 싫었고 부끄러웠다.


아빠가 되고 나서 아니, 아빠가 되기 전부터 교육, 훈육에 관심이 커 관련 서적을 뒤져 봤다. 화이트헤드나 러셀, 루소 등이 쓴 교육 서적을 다 읽었다. 그리고 7년 간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가르쳤다. 책을 읽은 것이 이론수업이었다면 이건 실전인 셈이었다. 물론, 나,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교육에 관한 원대한 목표? 그런 것 없었다. 그저, 매달 타는 월급에 목이 말라 하루 10시간씩 초등학생부터 고3까지 피를 토하는 느낌으로 일했다. 백수십만 원을 받는 과외도 했다. 그리고 어느 날, 후회 없이 그만두었다.


나는 그 일이 싫었다. 이유? 간단히 말해서 그건 교육이라 말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리라. 아니, 아이들 가르치던 사람이 그게 교육이 아니었다고? 사람들은 반문한다. 그래, 지금 이 사회의 교육은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의 반대로 가는 것들이야. 난 묻는다. 이보게, 교육이란 뭘까? 내게 묻는다면, 한 마디로 정의내려 이렇다.


인간답게 크도록 하는 것, 자신이 선택한 길을 우직하게 걸어가면서 타인에게도 따스한 온기를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것.



DALL·E 2023-12-15 16.24.16 - A painting in the style of the 17th century, depicting a child enjoying time with their family in a serene landscape. The scene includes a child in pe.png


나는 이것 이상으로 교육에 관해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아,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인간의 성장엔 때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의 본질에 있어서 시간, 때, 적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빨리 가려고 과속하지 말라는 의미다. 그거, 아이들한테 해롭다. 초등학생에게 고등학생 수준의 생각을 기대하면 안 된다는 것. 식물을 키워본 이들은 알 것이다. 물만 준다고 잘 크는 거, 아니다. 인간은 더더욱 그렇다. 선행학습? 그거, 좋은 것 아니다. 부작용이 따른다. 성적? 성적은 그 아이에 대해서 아주 일부, 지극히 일부를 보여줄 뿐이다. 수학 성적 100점 맞았다고 해서 잘 크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판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는가, 친구와 물건이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가, 몸이 튼튼한가, 부모와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가, 이런 것들,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도무지 점수가 없다. 학교는 수학이나 영어 성적은 제시해 주지만 그 아이의 다면적 성장 현황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이것들은 각 가정의 부모가 챙겨야 한다.


내 아이의 성장 체크할 때 어떤 기준으로 해야 하지?


1. 타인과 물건과 생각을 공유하는가?

-이것은 훗날 내 아이가 타인으로부터 물건과 생각을 공유받을 것이라는 증거다

2. 자신의 방을 잘 정리하는가?

-이것은 내 아이가 지금 활력을 갖고 자기 삶을 책임질 자세가 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3. 책을 읽고 글을 쓰는가?

-이것은 내 아이가 지금 지적 욕구가 있는지, 교양을 쌓으려고 하는 의지와 열망이 있는지를 드러낸다.

4. 운동을 하는가?

-이것은 내 아이가 장차 건강하게 장수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관한 문제다.

5. 생각이 긍정적이고 표정이 밝고 예의바른가?

-이것은 내 아이가 자기 삶에 만족하고 있는지, 타인과 교류하며 성장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6. 자신이 좋아하는 무엇이 있는가?

-이것은 내 아이가 훗날 자신의 인생 목표를 세우고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팔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7. 친구와의 관계가 좋은가?

-이것은 내 아이의 사회성, 인간관계, 내면의 건강함 등을 드러낸다.

8. 자신의 삶에 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이것은 내 아이의 행복 지표를 보여준다.

가족의 훌륭한 구성원인가?

-이것은 내 아이의 리더십, 책임감, 자존감을 보여준다.


교양은 점수를 매길 수 없다는 게 교육의 진짜 함정이야.


교양. 이거, 중요하다. 화이트헤드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교양을 가진 인간으로 키우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도대체 교양이란 걸 어떻게 가르치지?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교육이란 게 쉽지 않다. 사실, 점수로 등급 매기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 이 방법에 올인한다. 하지만 그건 옳은 길이 아니다.



DALL·E 2023-12-15 16.24.10 - A picturesque scene of a diverse family enjoying a peaceful walk in a forest. The family consists of a Middle-Eastern father, a South Asian mother, an.png


무엇이든, 옳은 길은 좁고 가기 어려운 법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다 간다고 해서 아무 생각없이 따라가서는 안 된다. 진짜 교육을 바란다면, 진짜 교육을 시켜야 한다. 그런데 진짜 교육이란, 점수화 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사회성, 작문 능력, 태도, 긍정성 .... 이런 걸 어떻게 점수화 하는가?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에 대해 생각할 때 왜 이런 건 고려하지 않는지 놀랍다. 내 아이가 성인이 되면 정작 중요한 것들은 이런 것인데 말이다. 서울대를 나와도 사회성이 없거나 배려가 없으면 사회에서 버틸 수 없다. 학교 다닐 때 아무리 공부를 잘했어도 만날 친구가 없다면, 도와줄 동료가 없다면 행복감을 느낄 수 없다. 이런 건 아이들이 모르는 것들이다. 어른이 가르쳐 주어야 하는 것이다. 누가? 부모가.


나는 더 이상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을 거야.


너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지. 하루는, 내 어머니가 내게 말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던 시절, 내가 어느 날 어머니에게 그렇게 토로했다고 한다. 마흔이 훌쩍 넘어서, 어머니는 옛 시절을 회상하며 내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때 네가 그렇게 이야기했을 때, 조금 놀랐다고.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얘가 그렇게 말할까, 하고 걱정을 하셨다고.


나, 힘들었다. 아이들은 성적을 내는 기계가 아닌데, 아이들은 다면적으로 성장해야 하고 행복하게 커야 하는데, 밤 12시까지 아이들을 책상에 묶어 두는 학원에 종사한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곳에서 자그마치 7년을, 그것도 매일 10시간씩 주말도 거의 없이 강의를 했으니, 지칠 만도 했다.



DALL·E 2023-12-15 16.24.04 - A touching scene of a compassionate father comforting his daughter. The father, of Hispanic descent, is gently hugging his daughter, a young girl of C.png



그래도, 내 아이 키우는 데 커다란 밑거름이 되었다.


나의 경험, 지식이 전혀 쓸모없지는 않았다. 다행이다. 나, 아이들을 오래 가르치면서 느낀 게 많았다. 아, 아이들은 이런 것 때문에 힘들구나. 그래서인지, 내 아이들은 대한민국의 교육 풍토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키우는 중이다. 공부에 관해서는 태도를 중시할 뿐이다. 노력하려는 자세, 학문을 대하는 성의, 그것이면 족하다. 점수가 70점이든 80점이든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자기 삶을 대하는 감정, 그것, 아주 중요하다. 내가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공간. 나는 내 아이가 그렇게 세상을 인식하길 원한다.


아이 생각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편이다, 나는. 아이들이 두 살, 다섯 살, 열 살이 되는 동안 내내 그래왔다. 아이는 관찰하면 할수록 신기하다. 뇌는 성장한다. 그리고 생각도, 관점도, 태도도 성장한다. 부모가 여력이 있다면, 아이의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좋은 부모는, 혼자 될 수 없다. 부부가 힘을 합쳐야 한다. 회사가, 사회가, 나라가 도와줘야 한다. 좋은 부모가 되려면 좋은 공동체가 필요하다. 회사에서 10시간 일하면서 파김치가 되는데 좋은 부모가 될 수는 없다. 그러니, 정치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건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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