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중년이 되었다. 살다 보니, 나이가 먹었고, 벌써 중년이란 딱지가 붙었다. 세월 참, 야속하다.
나만 나이를 먹은 것은 아니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 떼처럼, 한 무리가 노년으로 올라가면, 그 뒷열은 중년 대열에 합류하고, 또 그 뒷열은 청년 대열로 올라온다. 그래서 좀 덜 억울하다. 친구들끼리 모이면, 그들의 얼굴에서 나이먹은 게 보인다. 아, 내 모습도 저렇겠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나 스스로 약간의 실망을 하기도 하고 또 위로를 받기도 한다.
중년 남자들끼리 모이면, 여자 이야기를 많이 한다. 다들 집에 아내가 있으나, 이건 남자들의 만국 공통 놀이이리라. 어찌 남자가 여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있겠는가?
나는 주로 듣는 편이다. 듣다 보면 공감을 하기도 하고,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군, 하고 놀랄 때도 있다. 아내와 자녀가 해외에 있는 한 기러기 형은 내게 가끔 이런 비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냥, 모르는 여자랑 2시간만 같이 앉아서 영화 따위 보면 좋겠어.
그게 뭐야.
나는 묻는다.
그냥, 손도 잡지 않고 어깨만 기대고 싶달까.
형은 말한다.
나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생각했다. 아, 그런 바람을 가질 수도 있겠구나. 물론 나라면 그런 바람 따위 갖지 않으리라. 나는 그냥 혼자 영화 보는 게 좋다. 하하.
남자들끼리 모이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바로 아름다운 여자에 관해서다. 여자들이야 섹시한 아이돌이나 드라마에 나오는 남주 이야기를 많이 하겠지. 그런데 남자들은 여자 아이돌이나 드라마 여주인공 따위엔 별 관심이 없다. 가장 예쁜 여자는 처음 본 여자라는데, 그건 뭐 개취인 것으로 남겨 두자.
내가 대충 듣고 관찰하고 체험한 결과 중년 남자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여자란 다음 몇 가지 요소를 갖춘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1. 몸의 비율이 좋은 여자.
2. 피부가 깨끗한 여자.
3. 섹시함을 갖춘 여자.
4. 사교성과 매력을 갖춘 여자.
5. 지적인 여자.
6. 능력을 갖췄으나 건방지지 않고 겸손하며 젠틀한 여자.
7. 좋은 향기를 가진 여자.
8. 자신을 가꿀 줄 아는 여자.
9. 옷을 잘 입는 여자.
그냥, 그렇다는 이야기니 폭발하거나 시비걸지 말자. 남자들은, 특히 중년 남자들은 이런 여자를 아름다운 여자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런 여자라면, 한번쯤 돌아보게 되고 호감을 가지게 된다. 아, 참 반듯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몸이나 얼굴은 타고난 것이라 뭐라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나, 자신이 가꿀 수 있고 성장시킬 수 있는 부분을 성실함으로 만들어가는 여성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1번과 2번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아, 물론 1번과 1번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하다는 걸 요즘 새삼 알게 됐다.
사실, 이런 요소들을 갖춘 여자, 드물다. 나이는 별개다. 젊다고 해서 매력적인 것도 아니고, 나이들었다고 해서 매력이 없다고 할 수 없다. 60이 넘어도 매력을 갖춘 남성, 여성은 많다. 어떻게 옷을 입고, 어떤 몸을 만들고, 어떤 향을 풍기고, 어떤 말을 하는가에 따라 멋의 척도가 결정된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자.
짐에 가 보면, 운동하는 남녀가 많다. 살을 빼고, 근육을 키우고, 폐를 단련하는 인간. 그 자체로 아름답다. 땀을 흘릴 수 있고, 매일 나아지는 채력을 확인하는 인간, 멋지다. 남자든 여자든 무관하게!
중년 남성들이여, 아름다운 남자가 되도록 노력해 보자. 자신을 가꾸자. 마음도, 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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