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둘째 딸, 살갑고 애교 많고 아빠에게 착 안기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였다. 이 아이가 초5가 되더니 완전히 바뀌었다. 사람이 이렇게 달라지나 싶을 정도로. 아빠에게 무뚝뚝해지더니, 잘 안기지도 않고, 먼저 와서 뽀뽀하는 일도 없다. 아빠가 불러도 좀처럼 오지 않고 대답도 거의 안 한다. 이런... 일이... 나에게... 벌어지다니.
나, 아빠로서, 완전히 달라진 둘째 딸내미에게 적응하는 중이다.
오늘은 아이들 방학 날이다. 둘째 딸은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파자마파티를 한단다. 나는 이때다 싶어, 농담을 던진다.
혹시 오늘 파티에 아빠도 멤버로 끼어줄 수 있니?
아니.
무뚝뚝한 대답이 돌아온다.
파자마파티에 어떤 멤버 제한 규정이 있니?
응, 있어.
딸내미가 말한다.
뭔데?
틀딱은 안 돼.
틀딱? 헉. 아빠더러 틀딱이란다. 내 딸내미 그말을 자주 쓴다. 물론 농담으로.
그렇구나. 제한 규정이 엄격하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속으로 웃으면서.)
가끔 친구들과 통화하는 걸 들으면, 내 딸내미, 잘 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자기 감정을 능동적으로 표현할 줄 안다. 리더십도 있어 보인다. 주도적이고, 적극적이다. 그런 점에, 안심이 됐다.
오히려 첫째 딸내미는 나이가 들수록 더 살가워진다. 둘째와 정반대 행보를 걷는 중인 것이다. 내가 부르면 큰딸은 언제나 달려온다. 뽀뽀를 자주 하고 허그도 스스럼없이 한다. 학교에서나, 친구들 사이에서 문제가 생기면 가장 먼저 아바에게 상의한다. 그런 딸이 고마울 뿐이다.
나는 은근히 믿고 있다. 둘째 딸내미 역시 언젠가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리라고. 지금은 어려서, 뭐가 뭔지 분간을 못 할 뿐, 곧 아빠의 존재를 인식하고 아빠와의 애틋한 정을 형성해 가리라고. 그때까지는 튕기는 이 녀석에게 적응해야 한다. 아빠를 틀딱이라고 부르고 오라고 해도 안 오고, 심부름도 안 하는 이 거만한 녀석이 사랑스럽다.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구독은 작가를 춤추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