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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생일, 장모님이 위대한 이유

by 김정은

아내의 생일 때마다 장모님에게 전화를 드린다. 아내의 생일 때마다 더 애틋해진다. 장모님에 대한 연민과 고마움, 애정을 갖게 되는 것이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나로서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남자들은 그 고통을 알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남자는 죄인이다. 빚을 진 것이다. 여인이 없다면, 인간은 대를 이을 수 없고, 공동체를 형성할 수조차 없으리라. 이것은 우리 공동체가 모든 여성에게 진 빚이다. 그저 고마울 뿐이고, 감사할 뿐이며, 고개를 숙여 존경을 표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어머니, 죽다 살아나신 날입니다. 부활하신 날입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오늘 새벽 일찍 장모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맙네.


미역국 드시러 오셔요.


나는 장모님에게 말했다.


감기에 걸려서 조심스럽네... .


아... .


오늘 아침은 장모님 없이 미역국을 먹여야 할 것 같다. 아내는 아직 자는 중이다. 둘째가 어제 저녁 친구들을 잔뜩 데리고 와 거실에서 집단 야영 중이다. 아내는 어제 밤 늦게까지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해 주고 봉사했다. 아마도 오늘은 늦잠을 잘 것 같다.


여자는 위대하다.


아내의 생일 때마다, 두 딸의 생일 때마다 생각한다. 이유 없는 고통, 부당한 고통, 혼자 짊어지는 고통을 지는 자는 숭고하다. 여성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숭고한 것이다.



DALL·E 2024-01-11 07.20.51 - A realistic portrait of an elegant elderly woman. She has gentle wrinkles, a warm smile, and sparkling eyes that reflect wisdom and kindness. Her hair.png



내 첫 아이, 그리고 둘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겁부터 덜컥 났다. 왜 딸인가, 기쁘면서도 두렵고 겁이 났다. 이 아이들이 언젠가 자라 고통을 짊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결혼하지 말고, 연애만 하는 것도 좋겠다.


입양도 좋은 방법이다.


농반진반, 나는 말하곤 한다.


애들이 알아서 하겠지.


아내는 말한다.


나는 내 아이들이 목표를 지닌 성숙하고 인격적인 여성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출산의 고통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내 바람 대로 될 일이 아니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머리가 아파온다. 인간적인 불안, 연민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이런 가정을 많이 하는데, 나는 생각한다. 여자만 아니면 좋을 것 같아. 그렇다. 대체 왜 여자가 그런 짐, 그런 고통, 십자가를 홀로 져야 하는가?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그 자체로 위대하다. 숭고하고 아름답다. 그들은 이미 십자가를 진 것이다. 나머지 몫은 남자들이 해야 한다.


내 아내의 생일, 곧 내 장모님의 생일이기도 하다. 결혼 첫 해부터 그렇게 생각해 왔다. 그건 17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장모님 수고하셨어요! 장모님은 위대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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