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피족이다. 오랫동안 커피를 마셔왔다. 시간이 지났으나 이 커피란 녀석에 대한 사랑은 식지 않는다. 오히려 더, 더, 더 이 녀석이 사랑스럽고 좋다. 그러니, 큰일이다. 왜?
20대, 그리고 30대에 나는 하루 커피를 4-5잔씩 마셨다. 그것도 가장 큰 사이즈로. 이렇게 말하면 미친 거 아니야, 라고 사람들이 놀란다. 내가 생각해도 그때의 나, 제정신이 아니었던 듯하다. 그저, 커피가 좋아서 마시고 또 마셨다. 그뿐이다. 마시고 나면 또 생각나고, 마시고 나면 또 생각이 나 그렇게 되었다.
마흔이 넘자, 몸에 신호가 왔다. 잠을 설치고 흥분도가 올라가며 손이 떨렸다. 아, 이건 아니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다. 너무 많은 카페인은 흥분도를 높이고 손떨림이 올 수 있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사실 돈도 많이 들어간다. 어느 날 우연히 카드값 통계를 내 보니 커피 값만으로 한 달에 30만원을 쓴다는 걸 알았다. (그 전엔 더 들었다.) 나는 커피를 줄여야겠구나,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줄인 게 하루 서너 잔이다. 하하. 줄인 거 맞아? 사람들은 말한다. 내 입장에서는 큰 노력이 들었다. 최대 5잔 마시던 것을 서너 잔으로 줄였으니, 그래 그 정도면 됐어, 하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최근 들어 이것을 두세 잔으로 다시 줄였다.
이제 곧 50대가 될 텐데, 아무리 생각해도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는 건 여러 모로 나쁠 것 같았다. 요즘은 많으면 세 잔, 그렇지 않으면 대개 두 잔 정도에 만족한다. 두 잔을 큰 잔으로 마시고 나서 모자라다 싶으면 에스프레소를 원 샷 정도 내려 마신다.
결과는 바로 나왔다. 심장이 이유 없이 빨리 뛰는 일도 없어졌고, 잠의 질도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 손떨림도 거의 없다.
글을 쓰다 보니, 커피는 나의 양식이다. 글을 쓰는 데 있어 커피만 한 휴식의 수단, 위로의 수단은 찾아보기 힘들다. 커피가 없었다면, 이제까지 글을 써 올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감사한지! 그래도 이 녀석을 오래 마시려면, 절제가 필요하리라.
이제까지 조금씩 줄여 온 것을 감안하면 나는 점점 더 음용량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70대가 되면 하루 한두 잔으로 만족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독자들께서는 하루 몇 잔의 커피를 드시는가? 나와 같이 커피를 즐기시는가? 그렇다면 삶의 재미 한 가지는 공유하는 셈이다. 커피 친구.
나는 가끔 커피 안 마셔요, 하는 친구들을 본다. 왠지 좀 서운하다. 아, 그 좋은 커피를 왜 안 마시지? 의문이 든다.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감정이자 의문이라는 것, 안다. 그런데 그냥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모르는 사람과 커피 한 잔 놓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많은 걸 공감할 수 있게 되는 걸 경험한다. 커피를 좋아해요, 라고 말하는 사람에겐 왠지 더 눈길이 간다.
독자 여러분, 오늘 맛있는 커피 한 잔 같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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