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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0짜리 학원을 보내니 아이가 한 말

by 김정은

물론 나에게는 그럴 일이 없겠으나, 내 친구는 고3이 된 아이를 서울대 내지는 목표한 대학에 진학시키려 큰 결심을 한 모양이다. 두 내외가 아침 저녁으로 아들을 서울 학원으로 통학시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내심 기분이 나쁘지 않은 듯하다.


내 친구는 포천에 거주 중이다. 아이를 서울대 보내려 오래전에 그쪽에 발령을 받아 이사했다. 서울대 지역 특례 입학을 받으려고 한 것이다. 친구는 원래 수원에 오래 살았는데, 아들 때문에 큰 결정을 한 것이다.


나는 이런 식의 결정이 그리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녀 대입을 위해서 그것보다 더한 일을 감행하는 부모는 많다. 명문대 진학이 목표라면, 부모야, 부모 입장에서야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물론 나라면 그렇게 안 하겠으나.


10년도 넘은 일이지만, 월 천 만원 과외를 받으려 줄을 서 있다는 이야기를 취재한 적이 있다. 물론 강남 이야기다. 부모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계 내에서 자녀를 위해 아낌없이 쓸 수 있는 사람들이다. 부모의 마음이 그러하다. 물론 나는 돈이 있어도 그렇게 하지 않겠으나.


최근 내 친구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위해 월 200지출을 해 학원에 등록시켰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들이 크게 만족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 나보다 더 잘하는 아이들을 통해 자극을 받는다. 왜 많은 돈을 내고 학원에 다니려 하는지 알겠다."


아들 녀석이 그렇게 말하니 부모 입장에서는 보람이 컸으리라. 아침 저녁으로 아이를 실어나른들 그게 뭐가 그렇게 힘들겠는가. 아들이 성장하고 배운다는 말에 힘이 났을지도 모른다.


"조금 더 일찍 보냈으면 어땠을까, 후회가 돼요."


지난 주말, 서울대 입학 세미나에 다녀온 친구 내외가 한 말이다. 나는 친구 내외를 집 앞 식당에 초대했다. 돼지갈비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친구 내외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포천에 있으니, 아이는 전교 1등을 내리 해 왔는데, 전국에는 내로라하는 아이들이 많으니 안심할 수 없노라고 친구는 말했다.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이것이 요즘 대한민국 부모의 모습이라고 나는 느꼈다. 이해가 된다. 각자도생이 이 나라 민중의 평균 심정이 아닌가. 국가가 사회가 돌봐주지 않는다면, 남은 것은 각자가 살아남는 것뿐이 없다. 보험도, 연금도 믿을 수 없는 시대다. 자신이 알아서 자기 미래를 개척해야 한다. 그러니, 자기 수중에 있는 돈을 다 동원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려 아둥바둥하는 것은 그런 몸부림이다. 물론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겠지만.


그 돈을 내고 학원에 와서 엎어져 자는 애도 있대. 내 애가 어쩌면 그러고 있을지 누가 아니. 돈 지랄 하는 거 아닌지 몰라.


친구는 말했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니.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요즘은 입시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서 엄마들 사이에서 권력을 가진 이를 '돼지 엄마'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친구 내외가 들려준 이야기다. 정보도 권력이고, 성적도 권력이야. 친구 내외는 그런 의미로 내게 말했다. 부모들의 재력이 곧 아이의 실력이 되는 시대. 그건 맞다. 그래서 아쉽다. 공교육이 사라지고, 자력 갱생만살아남은 시대.


이런 시대에 내 아이가 질 확률이 높은 게임이 아니라 내 아이가 이길 확률이 높은 게임을 해야 한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들려드리도록 하겠다.


아무튼.


더 일찍 왔더라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을 것 같아.


친구는 자기 아들이 그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나는 생각했다. 아니, 평생 공부하는 인간이라면 평생 그런 마음으로 살 수 있단다. 내 아이였다면 나는 그렇게 말해주었을 것이다. 공부하는 즐거움, 배우는 기쁨, 알아가는 행복. 그건 평생 느낄 수 있는 거야, 라고. 그런 행복을 놓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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