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은 Jan 16. 2024

내게 넓은 집의 의미란

요즘 페이스북을 보다 보면, 집이 많이 나온다. 불경기라, 집이 예전만큼 잘 팔리지 않는 모양이다. 언론에는 몇 억씩 집값이 떨어졌다는 기사가 나온다. 집이 없는 사람 입장에서, 이는 반가운 소식이다.


개인적으로, 집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내 선배들, 혹은 후배들, 집에 엄청 관심이 많다는 걸 봐 왔다. 요즘 후배들,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척척 집을 산다. 홀로 자리에 앉아서 부동산 소식을 보며 시간을 때우는 후배도 많다. 나는 이런 풍경이 익숙하지 않고 적응이 안 된다. 내가 별난 것이려니, 한다.


젊은 시절, 나의 관심사는 세계, 타인, 나 자신, 인간이었다. 그래서 책을 사서 읽고 글을 쓰고, 그랬다. 돈이 생기면 차라리 옷을 사고, 구두를 샀다. 시간의 대부분은 세상을 알아가는 데 쓰고 돈의 대부분은 먹는 데, 입는 데 썼다. 친구들은 그런 나를 걱정하곤 했다.


집을 사야지, 어쩌려고 그래??


이런 말, 숱하게 들었다. 그러나 어떤 말도 내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나는 그저 내 길을 걸었다. 내가 옳다고 믿는 바를 따라 살았고, 궁금한 걸 찾아 읽었다. 그게 내 삶의 가장 큰 기뿜이자 즐거움이었다.


알아가는 즐거움, 깨닫는 행복은 그 어떤 것에도 견줄 수가 없다.


이것이 내 삶에서 내가 느끼는 바다. 아니면 말고.





그런데, 최근 1년 사이 나, 조금 변했다. 철이 든 건지, 이제 집에 관심이 간다. 재테크 이야기가 아니다. 간단히 말해, 내 집이 갖고 싶어졌다. 내 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왜?


비가 오면, 집에서 비를 보고 싶다. 거실에서 테라스 창을 열어놓고 빗소리를 듣고 싶다. 눈이 오는 풍경을 집에서 보고 싶다. 어두운 밤, 테라스로 나가 강을 보고 싶고 별을 보고 싶다. 왜 꼭 집이어야 하지? 그 이유가 채워지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부쩍 집에서, 그래, 집에서 그걸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월세도 아깝고, 이사 다니는 것도 부담스럽다. 나이 드니 더욱 그렇다.


서울 집값은 너무 올라서 이제는 집을 사기가 더 힘들어졌다. 과연? 내가 내 집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운이 따라줘야 가능하겠지. 하하. 그러나 서두를 생각 없다. 나는 내 길을 우직하게 조용히 가면서, 운이 따르면, 기회가 된다면, 집을 살 것이다. 이왕이면 병원이 가깝고, 조용하고,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데 살고 싶다.


아마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런 이유에서였겠지, 하고 생각한다. 꼭 탐욕 때문만은 아니리라. 





아, 한 가지 더 있다.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 나는 사치쟁이다. 내 차고에 차와 함께 오토바이를 세워 두고 시간이 되면, 타고 싶다. 모두 잠 든 새벽, 자유로를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 보고 싶다. 음악을 들으면서, 여유롭게, 바람을 맞고 싶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오토바이를 차고에 세워 두고 집에 들어가 음악을 크게 틀어두고 듣고 싶다. 마침 비가 내리면 더욱 좋으리라. 샤워를 하고, 깨끗하게 세탁한 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드러눕고 싶다. 눈을 뜨고 맞을 아침을 생각하면서 잠들고 싶다. 내일 읽을 책, 내일 쓸 문장을 기대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잠들고 싶다.


그래서, 집이 갖고 싶다.



 





*구독을 부탁드립니다. 구독은 작가를 춤추게 합니다.

이전 09화 표정 하나 안 변하고 거짓을 말하는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