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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Jan 18. 2024

내가 생각하는 부부란


부부는 한 몸이다, 라는 말이 있다. 근데 애초에 부부란 두 몸이지 한 몸, 아니다. 가정의 평화는 부부의 화합에서 시작된다고들 말한다. 이 말은 맞다. 부부가 싸우면 우선 아이들이 불안해 한다. 내 경험상 그렇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 라는 말도 있다. 이 말도 맞다. 싸워봐야 어느 한쪽이 이기는 게임이 아니다. 베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벤다고 해도 쾌감이 그리 크지 않다.


미셸 오바마 (Michelle Obama)는 "결혼은 서로에 대한 완전한 헌신과 무한한 인내를 필요로 한다. 그것은 두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다."라고 말했는데, 음, 그라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런 말은 나도 할 수 있겠어, 라고 솔직히 생각한다. 그런가 하면 아일랜드 작가인 오스카 와일드 (Oscar Wilde)는 "결혼은 서로에게 평생을 바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라."고 했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하나, 이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사랑도 중요하나 현실도 중요하다고 대개는 생각한다. 결혼은 현실이 아닌가?


그래서 네가 생각하는 부부는 뭔데?


자, 이제부터 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 부부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편이다. 싸움도 많이 하고, 이혼 문턱까지도 몇 번 갔다. 누구나 그렇듯이. 내 아내를 내 취향에 맞게 틀에 맞게 바꿔 보려고 한 적도 있었다. 결과는? 실패! 그리고 그 반대도 경험했다. 내 아내, 지금도 나에게 몇 가지를 바꾸라고 잔소리한다. 내 아내는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다.


한때는 진짜 이 사람이 아니었던가, 생각한 적도 있다. 진지하게. 너무 힘들어서, 깊이 고민하니 그런 생각에 다다른 것이다. 내가 사람을 잘못 골랐나? 내 아내라도 나에 대해 왜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겠나? 나는 내 아내 역시 나에 대해 사람 잘못 봤네, 라고 생각했으리라고 추측한다.


17년을 함께 살았다. 내 아내가 낳아 준 아이를 15년 간 같이 키웠다. 각자 돈을 벌어 공동경제를 운영했다. 집은 사지 못했고, 아이들은 어느덧 10대가 됐다. 우리 부부, 아직도 가끔은 싸운다. 그런데 많은 부분에서 깎이고 또 깎여서 맞춰졌다. 일정 부분은 포기하고 일정 부분은 받아들였다. 나도, 아내도 그렇다. 싸움의 횟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부부관계 횟수도 많이 줄었다. 많이! 가 목표가 아니라 한 번을 해도 제대로 하자! 로 바뀌었다.


자, 이제 결론을 말하려고 한다. 내가 생각할 때 부부란?





인생이란 힘겨운 여정을 함께 가는 친구! 나의 결론이다. 생각이나 습관은 바뀌지 않는다. 10년을 살아도, 타인은 타인이다. 우린 각자 자신의 생각, 철학, 습관, 기호를 가진 개인이다. 이 두 개인이 만나 함께 가는 것, 그게 부부다. 가다가 싸우기도 하고, 정이 든다. 신뢰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좋은 부분이 있는가 하면, 싫은 부분도 있다. 저건 진짜 우리 안 맞네, 그런 것도 없어지지 않는다. 수용할 수 있으면 하고, 안 되면 포기해야 한다.


긴 여정인 만큼 나는 각자의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내는 아내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나 역시 그러하다. 늘 같이 있을 필요는 없다. 그러다가 다시 만나 같이 가면 된다.


상대가 힘들 때 손을 내밀어주면 좋으리라. 그게 함께 가는 친구로서의 예의이자 매너다. 이왕이면, 아내의 편을 들어주는 게 좋다. 아내가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이 많아진다면, 그게 낫다. 좋은 친구란 일을 미루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대신 하는 사람이다. 든든한 동반자라면 금상첨화다. 신뢰감을 주고, 따뜻하고, 다정하고, 자상하고, 믿음직스러운 친구. 


길을 함께 가다 보면 고비가 온다. 언덕이 있고, 봉우리도 지나가야 한다. 그럴 때, 부부의 케미는 진가를 드러낸다. 케미가 약하면, 고비에서 무너지는 법이다. 그러나 고비와 봉우리를 함께 잘 건넌다면, 케미는 더 돈독해지리라. 어느 부부도 고비 없이 삶을 살 수는 없다. 그러니, 고비가 온다면, 즐거워하자. 부부의 케미를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기는 것이다.


인간은 다 다른 것처럼, 부부의 색도 다 다르다. 그러니 옆집 윗집 부부를 나와 비교할 필요가 없다. 우리 부부는 우리 부부만의 길이 있는 것이다. 다른 부부와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나 자신만 자극할 뿐이다. 오직 1년 전의 우리 부부 모습과 지금 우리 모습을 비교하면 그만이다. 전보다 우리 관계가 나아졌다면 성공이다. 1년 뒤엔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할 수 있으니!


-내가 생각하는 부부란 힘겨운 삶의 긴 여정을 함께 가는 친구! 

                    

-만나면 늘 좋을 수만은 없는 그런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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