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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Feb 17. 2024

이혼 도장 찍기 전에, 체크리스트

1. 나는 이 사람의 어떤 점이 가장 싫은가?

2. 나는 이 사람의 어떤 점이 가장 좋은가?

3. 우리 부부 사이의 문제는 우리 두 사람 외 타인의 문제가 개입되었는가?

4. 돈이 문제인가?

5.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인가?


1. 나는 이 사람의 어떤 점이 가장 싫은가?


성격, 취미, 생각, 습관, 경제관념, 타인과의관계 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중에서 내가 상대를 인정해 주어야 하는 부분이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부부라고는 해도, 본질적으로 타인이다. 내가 선을 넘어 그 사람의 삶 자체를 바꾸려고 해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는가? 이 지점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타인은 소유할 수 없다. 이는 부부간에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취미나 습관, 생각 등은 절대로 바뀌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일정 부분 포기하는 것이 관계의 지속을 위해 나을 수 있다. 도박, 불륜, 아주 잘못된 소비 습관, 가정에 너무 소홀 혹은 무관심 등의 문제는 심각하게 다뤄질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들이 아니라면, 상대를 인정하고 내 욕구를 내려놓을 필요도 있다. 좋은 관계란 사실,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다. 친구 사이든 부모자식 관계든, 부부 관계든 거리가 필요하다. 거리가 없다면, 문제가 커진다. 각자의 영역을 개척할 수 있는 자유의 공간이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필요하다. 간섭을 줄이고, 내 활동 공간을 넓힘으로써 해결되는 문제는 의외로 크다.


2. 나는 이 사람의 어떤 점이 가장 좋은가?


상대가 싫다고 해도, 좋은 점이 있기 마련이리라. 인간은 긍정성과 부정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다만, 여기엔 개인차가 있다. 긍정성이 더 큰 사람과 부정성이 더 큰 사람이 있다. 부정성이 더 큰 사람의 경우, 상대방의 안 좋은 부분을 더 부각시켜 볼 수 있다.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고, 내가 상대방의 부정적 부분만을 더 도드라지게 보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봐야 한다. 이런 경우, 의식적으로 상대방의 장점, 좋은 점, 훌륭한 점을 더 떠올리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완벽한 인간이란 없으니까.


3. 우리 부부 사이의 문제는 우리 두 사람 외 타인의 문제가 개입되었는가?


이혼하는 부부 중 상당수는 자신들의 문제가 아닌 문제로 이혼한다. 시댁과의 관계, 처가와의 관계는 생각보다 부부 사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회사, 직장 문제도 마찬가지다. 남편 혹은 부인이 너무 많은 시간을 회사일에 쏟는 경우도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이것은 정작 부부 자신들의 책임만은 아닐 수 있다. 부부는 단독자여야 한다. 둘 간의 자유도 인정해 주어야 하지만, 일단 부부라는 울타리가 필요하다. 결혼했으면 이제 둘이 걸어나가야 한다. 여기 시댁이나 처가가 개입하도록 두는 것은 옳지 않다. 시어머니에게 잘하는 부인을 원한다, 장인 어른께 잘하는 남편을 원한다, 등의 말을 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는데 이는 옳지 않다. 부부가 됐으면 이젠 둘의 게임을 시작해야 한다. 성인이 된 만큼 부모로부터 의식적으로 물리적으로 독립할 수 있어야 한다. 부부 간의 문제에 양가의 부모 문제가 개입되었다면 이는 개선할 수 있다. 이는 대부분 남자들의 문제인 경우가 많다. 남자들이 결혼을 하고 나서도 자기 집, 자기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한 경우를 흔히 본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홀로 서야 하고, 부부가 되었으면 부인과의 동행에 올인해야 한다. 부모는 그저 타자다. 부부만의 공간, 울타리를 제대로 치지 못하면 부모든, 시댁이든, 시누이든 부부의 공간을 침범한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4. 돈이 문제인가?


가장 흔한 이혼 사유가 돈이리라. 헤픈 소비, 부족한 수입, 쪼들리는 삶은 가정을 위협한다. 그러나 성숙한 가치관이 필요하다. 돈이 전부가 아니다. 이는 참 쉬운 문장이나 체화하기 어려운 문장이기도 하다. 생각보다 인간은 돈에 좌지우지된다. 연봉이 일정액 이상인 부부의 이혼율은 낮다. 이는 돈이 부부 관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돈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많은 돈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 다만, 수입이 적은 경우, 그 안에서 행복을 만들어갈 정신력이 중요하다. 돈에 휘둘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지만 그 한계 때문에 부부관계를 정리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창피한 일이기도 하다. 너무 현실적인 문제여서 일도양단 식으로 말할 수 없으나, 돈에 내 행복을 빼앗기지 않겠다, 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한다. 그게 없다면, 삶 자체는 이미 내것이 아닐 수 있다.


5.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인가?


자, 이 모든 부분을 종합해서, 나의 문제와 나의 문제가 아닌 것, 타인의 문제인 것, 울타리의 문제, 돈의 문제, 사람의 문제, 하는 식으로 구분을 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성격은 고쳐 쓸 수 없다. 이는 중요한 이혼 사유다. 내가 인정하고 받아들일 만한 선을 넘는 성격이라면, 나는 이혼 사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또 시댁과 관련된 문제라면, 울타리를 쳐야 한다. 시댁은 엄연히 타인이다. 결혼했으면 둘만의 게임이 된 것이다. 여기 타인들이 개입하도록 두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리스트를 만들고, 개선할 수 있는 것인지 여부를 잘 따져봐야 한다. 문제들의 무게도 재야 한다. 우린 누구나 경계에 서 있다. 부부도 마찬가지다. 부부는 이혼과 삶이라는 첨예한 경계에 놓인 자들이다. 이혼과 삶은 선 하나를 두고 양편에 놓인 선택지다. 그만큼 부부란 위태로운 사이다.


내가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가? 부부관계란 본질적으로 이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답을 내리는 것이다. 이것은 단번에 성장하는 능력이 아니다. 두 사람의 게임인 만큼 문제의 종류도 질도 크기도 상이하리라. 정답은 없다. 결국 남는 것은 행복이다. 혼자여서 더 행복할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다. 현명한 선택을 내려야 한다. 결혼을 할 때도, 이혼을 할 때도.



김정은 작가의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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