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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Mar 07. 2024

딸이 핸폰을 잃어버린 후 벌인 일

우리가족 단톡방 대화 내용이다



우리 패밀리에겐 단톡방이 있다. 오늘 저녁 메뉴부터, 학원 일정, 친구들과의 약속 등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 


어느 날, 첫째 딸이 톡을 올렸다.


제라(둘째)가 핸드폰을 잃어버렸대!


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게 얼마짜린데... ! 아, 이걸 어쩌나. 몇 달 전 둘째아이 핸드폰을 사 주면서 나와 아내는 서로의 주장을 펼치면서 고민했다. 난 비싸더라도 쓸 만한 걸 사주자는 쪽이었다. 아내는 그 반대였다. 


애들 건데, 잃어버릴 수도 있고, 너무 비싼 건 곤란해.


아내는 말했다.


가격으로만 보면 그런데, 그래도 그 폰으로 게임도 하고, 사진도 찍고 하려면 어느 정돈 사양이 돼야지. 애들 핸드폰 사 주면서 너무 기능 떨어지는 걸로 사 주면 사주나마나 아니니?


나는 말했다.


결론은? 나의 승리였다. 둘째는 아이들용으로 만들어진 미니 아이폰을 샀다. 그런데, 아내가 예상하고 걱정하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놀이터에서 놀다가 잃어버렸대!


아, 이걸 어쩐담. 이럴 줄 알았으면, 아내 말 대로 그냥 쌈직한 걸 사 줄 걸... .


몇 시간 후, 아내로부터 톡이 올라왔다.


폰 찾았대!


오, 이런, 어떻게 이런 일이?


나는 물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전화 왔어. 폰 찾았다고. 찾으러 오라고.


다행이다, 나는 아주 큰 문제가 해결된 듯 안도했다. 애들 폰이야 씸직한 걸로 다시 사 주면 그만이긴 한데, 그래도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폰을 잃어버리고 나서 아이가 얼마나 실망하고 있을까, 생각하니 맘이 안 좋았다.


그리고, 저녁, 학원 수업을 마치고 둘째가 돌아왔다. 나는 말했다.


제라야! 네 핸드폰 찾았대! 


어떻게?


둘째가 묻는다.


관리사무소에서 전화왔대, 엄마한테.


아, ... . 


둘째가 기뻐했다. 그러고는 내게 말했다.


내가 아파트 전체에 전단지 붙여 놨어. 발견하면 돌려달라고!


아이들에게 밥을 지어 먹이면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 그래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던 거구나. 그제서야 알게 됐다. 둘째가 스스로 나서서 전단지를 붙이지 않았다면, 관리사무소가 어찌 아내 전화번호를 알고 전화를 걸었겠는가?


나는 제라를 칭찬했다. 세 가지 점에서.


1. 문제 해결 능력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 바로 문제 해결 능력이다. 일론 머스크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단 한 가지 질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당신이 해결한 문제를 말해 보라! 의외이지 않은가? 문제 해결이 뭐가 중요해? 사람들은 물을 수 있다. 아니, 이것은 무척 무척 무척 중요하다. 살면서 우리가 겪는 문제란, 해결되지 못해 남아 있는 일이다. 우린 살면서 끊임없이 문제와 맞닥뜨린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삶에 있어서도.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 문제가 큰가, 작은가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적으로 삶이란 문제 해결 과정이다.


나는 내 아이가 자신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 방법을 고안해내며 그것을 실행했다는 데 큰 점수를 줬다. 제라, 대단하다! 정말 대단해! 이 아이는 어찌 보면 아주 작은 문제이나 그 문제를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 범위 안에서 해결하려 노력했다. 이 아이는 장차 큰 문제를 만난다 해도 해결 방법을 찾을 것이다. 문제를 올바르게 진단하고, 가장 적절한 키를 찾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문제 해결 능력을 아주 중시한다.


2. 적극성


문제가 생겼을 때, 소극적인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그 문제를 그냥 내버려 두거나 포기하는 사람, 의외로 많다. 적극적인 사람은 그 문제 속으로 자신을 집어넣는다.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대신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이러한 적극성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3. 직접 행동하기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았더라도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몸을 움직이고 행동해야 결과가 뒤바뀌거나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하나의 행동은 다른 행동을 부른다. 움직임과 동작엔 힘이 있다. 누워 있는 사람은 계속 누워있으려 하는 법이다. 그러한 나태를 이기고 러닝을 하거나 역기를 들면, 운동 후 설거지를 치게 되고 설거지가 끝나면 산책을 하게 된다. 움직임 하나가 연쇄 작용을 일으켜 계속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행동엔 그런 숨은 힘이 내재한다.


내 아이가 가만있지 않고, 절망에 빠져 누워 있지 않고 종이를 찢어 글을 적고 문 밖으로 나가 단지를 돌며 직접 전단지를 붙이고 다녔다는 데 나는 기뻤다. 아이는 할 일이 많다. 학교를 마치면 학원에 가야 한다. 얼마나 지쳐 있었을까? 아마도 잠깐이라도 누워 있고 싶었으리라. 그러나 아이는 그러지 않았다. 움직였다. 행동했다. 적극적으로 전단지를 만들고, 돌아다니며 일일이 붙인 것이다. 이러한 행동, 적극성은 놀라운 일이다.


결론


내 아이, 믿어도 되겠네, 나는 안도했다. 이 아이, 적극성이 있고 행동하며, 문제 해결 능력을 지녔다. 수학, 영어 100점 맞은 것? 나는 솔직히 그것이 기쁜 일이긴 하나 그렇게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실생활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 그 과정에는 높은 점수를 준다. 결국엔 문제 해결 능력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 그래서 그날, 나는 아주아주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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