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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Mar 06. 2024

한국 며느리들의 책임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책임이란 단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가 있다. 그들, 여자들이다. 그들의 이름은 며느리다.


며느리 : 아들의 아내를 이르는 .


이제는 잘 쓰지 않지만, 옛날에는 장메누리란 말도 있었다. 큰며느리, 맏며느리를 뜻하는 말이다. 바야흐로, 시대가 변해 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여성들이 과거처럼 무조건적인 헌신을 바치지 않으려 한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바람직하다.


시집과 며느리 사이, 사실 좋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는 관계라면 문제될 게 없다. 좋은 사람이라면 자기 위치를 떠나 상대를 존중할 테고, 서로 존중하는 관계란 어떤 관계든 아름다운 법이다. 문제는 이렇게 아름다운 관계가 흔치 않다는 데 있다. 인간은 너그럽지 못하고, 인자하지도 못하며, 참을성도 없다. 때로 인간은 무례하고, 타인을 무시하거나 타인의 감정 따위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리라.


좋은 관계를 가진 이들은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고부갈등, 시집과의 불편한 관계 등에 시달리는 대다수 사람들은 참고할 만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지금 당장 이러한 문제로 고민이 깊다면 한번쯤 생각해 보시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면서.


1. 너무 잦은 만남을 피하라.


사람 간의 문제는 너무 자주 부딪히고 만난다는 데에서 발생하곤 한다. 아무리 가깝고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도 너무 빈번하게 만나고 접촉하다보면 문제가 생긴다. 인간은 모두가 별나다. 해변가의 모래알이 다 같아 보여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생김새가 다 제각각이듯이,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은 다르기 때문에 인간의 공존이란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좋은 관계란 늘 일정한 거리를 두는 관계다. 이는 부부 관계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도 그러하다. 일정한 거리를 두지 않는다면, 그것은 둘 사이의 지옥을 만드는 것이다. 모든 인간은 고독을 필요로 한다. 얼마간의 고독이 필요한가, 하는 문제는 각자가 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좋은 관계란 올바른 자기 인식으로부터 출발한다.


시댁과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다면, 시어머니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고 싶다면, 그럴수록 거리가 필요하다. 부부 사이, 부모와 아이의 사이를 제외하면 의무적인 관계, 책임의 관계란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것 외엔 무책임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어떤 관계든 자신이 해낼 수 있는 범위 이상의 책임을 스스로에게 지우는 것은 곤란하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불구덩이 속으로 밀어넣는 자학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시댁과 일정한 거리를 두라. 그래야 적당한 크기의 존중과 배려가 돋아난다. 그리고 만남을 소중히 생각하라. 오랜만에 만났다면, 최선을 다해 그 관계를 형성하라. 좋은 인간,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이고, 마찬가지로 상대방에게도 그러한 태도를 요구하라. 일방적인 존중이란 쓸모없는 것이다. 그것은 굴종관계다. 건강한 사이가 될 수 없다.


2. 상대에게 기대하지 말아라.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만인은 다 나 같지 않다. 사람은 생각이 다르고 생김도 다르다. 그러니 내가 이렇게 했으니 상대도 이렇게 하겠지, 하고 믿어서는 안 된다. 언제든 상대가 나를 놀라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 언제든 상대가 나를 피곤하게 하거나 무례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늘 대비한다면, 막상 그 상황이 닥쳤을 때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다.


상대가 어떻든, 나는 이 정도는 할 거야, 하는 자신만의 책임 분량을 정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상대가 예의 없고 무례하다고 해서, 나도 똑같이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아, 이런 사람이구나, 체념하고 나는 내 할 몫을 한다면, 그러한 행동만으로도 귀감이 된다. 인간의 향기란 자신만의 철저한 기준을 정해놓고 스스로 지키는 데에서 풍겨난다. 이는 내 아이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올바른 사람, 예의를 갖춘 사람, 인품이 훌륭한 사람은 흔치 않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어디에서나 향기가 난다. 타인 때문에 나의 품위를 포기하지 말라.


3. 나 스스로를 존중하라.


타인으로부터의 존중은 중요하다. 내가 타인을 존중하는 것은 사실 타인으로부터 내가 존중받기 위한 것이다. 이는 암묵적인 계약 같은 것이다.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다. 타인의 존중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존중해야 한다. 자신을 존중하는 것은 양심을 따르고, 책임을 지며,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다. 거짓을 말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매너 없는 행동을 생각 없이 하는 것은 자신을 사탄에게 내어주는 일이다. 이는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다.


나 자신을 매우 귀중한 보석처럼 가꿔라. 보석을 진흙탕에 내던지는 이는 없다. 가장 훌륭한 보석은 가장 적절한 때 가장 우아하게 사용된다. 자기 자신도 마찬가지다.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기품있는 옷차림을 하라. 머리를 단정하게 빗고, 잘 만든 신발을 신어라. 이는 나를 존중하고 있는 표식이다. 늘 책을 읽고, 교양을 갖춰라. 이는 나의 마음을 보석처럼 가꾸고 있다는 증표다.


4. 괴로우면 피하고, 괴롭히면 떠나라.


이따금씩 말할 수 없이 무례한 이들을 본다. 시어머니가 그런 경우, 시누이가 그런 경우, 시아버지가 그런 경우, 또 반대로 며느리가 그런 경우도 본다. 책임을 다했는데, 나 자신이 너무 괴롭다면, 일단 피하라. 굴욕적이고 비인간적인 상황 속에 나를 내버려두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인간은 부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기회가 된다면, 또 필요하다면, 정중하고 정확한 단어를 사용해 표현하라. 어머님, 이건 좀 지나치신 것 같습니다. 저는 못 들은 것으로 할 테니 조심해 주십시오. 자신의 감정, 자신의 느낌은 중요한 신호다. 내가 존중받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 상황 속에 나를 두어서는 안 된다. 피하고, 말하고, 바로잡아라. 그러고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관계를 아예 부숴버려야 한다. 악랄하고 잔인한 관계는 내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바이러스다. 그러니 늘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피할 때인지, 말할 때인지, 떠날 때인지, 결정하기 위해서는 지혜로운 판단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5. 좋은 관계를 만들려 노력하는 것은 아름답다.


관계를 좋게 만들려 노력하는 한 사람의 정성은 아름다운 것이다. 상대의 태도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과 향기를 갖고 한결같이 예의를 갖추며 타인을 존중하는 인간은 아름답다. 그러니, 힘들고 어려운 중에도 관계를 좋게 만들어가려 애쓰고 있다면 그것 자체로 칭찬받을 만하다. 세상은 악하고 이기적이라 사람들은 대개 자기 자신밖에 챙길 줄 모른다. 대부분의 인간관계가 피폐하게 흘러가는 이유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타인을 아끼고, 예의바르며,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은 귀하다. 흔치 않기에 귀한 것이다. 불평하고 불만을 갖기보다는 희망을 품고 나 자신이 좋은 관계의 출발점이 되리라, 마음먹는 것은 훌륭한 인품에서 비롯된다. 그러한 인품이란, 시댁과의 관계에서든 이웃 관계에서든, 부부관계에서든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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