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내미를 어찌할꼬. 가끔은 정말 걱정된다.
물론 나는 안다. 이 아이, 잘 크고 있고, 더 크면 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결되리라. 100퍼센트는 아니겠으나, 그래야 본인도 산다. 지금 중2 큰딸이 자기 동생을 향해 하는 행동, 엄마를 향해 하는 행동을 똑같이 타인에게 했다가는 살아가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내 딸내미지만 좀 문제가 없지 않다. 이기적인 면이 보이고, 타인을 조종하려 하는 면이 있으며, 자기 목적을 달성하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모함이 보인다. 이는 매우 좋지 않은 신호다.
문제의 원인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오래되었다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그 출발점은 둘째가 세상에 태어난 뒤부터였으리라. 사랑이 분산되고, 정확히 말하면 둘째에게 사랑이 다 흘러가고, 첫째는 당황스러운 국면을 본능적으로 맞은 듯하다. 상처가 컸던 모양이다. 나와 아내는 그 부분을 좀 더 살뜰히 챙기지 못했다. 우린 충분히 첫째를 돌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늘 이런 식이다.
너 아이스크림 몇 개 먹었어?
첫째가 둘째에게 다그친다.
나? 하나?
둘째는 언니가 묻는 순간부터 바짝 쫀다.
왜 먹었어?
첫째가 연이어 묻는다.
배고파서.
둘째는 슬슬 화가 나는 모양이다.
그럼 이제 배불러?
응.
그럼 너 이따 밥 먹지 마.
응? 뭐라고? 내가 잘못 들었나? 나는 둘 간의 대화를 듣고 있다 당황한다. 첫째 아이, 늘 이런 식이다.
둘째는 어이가 없다.
아내가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메뉴는 함박스테이크다. 아내는 정성슬게 식탁을 차리고 두 아이를 부른다.
얼른 와서 저녁 먹어, 애들아.
그러자 첫째가 대뜸 말한다.
제라는 배부르대.
아니야, 저녁은 먹어야지. 지금 안 먹으면 이따가 배 고파져. 제라야, 너도 빨리 와.
아내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둘째가 미적거린다.
너 배부르다며, 먹지 마. 너 아까 아이스크림 먹었지?
첫째, 막가파식이다. 본인이 뭔데 이러는지... .
자, 이런 대화가 계속 반복된다. 아내는 부르고, 첫째는 아니라고 하고, 둘째는 미적거린다. 아내는 폭발한다.
아, 정말 짜증나. 야, 너 그냥 가만히 있어. 네가 뭔데 자꾸 배가 부르느니 끼어들어.
아니, 내가 뭘 어쨌는데? 왜 갑자기 나한테 짜증을 내는데?
그게 아니라, 네가 자꾸 둘째 일에 간섭하고 있잖아. 그러지 좀 마. 아이스크림이 있으면 제라가 한 개를 먹든 두 개를 먹든 자기 분량 만큼 먹는 거니까 너는 네 아이스크림이나 신경써. 왜 자꾸 네가 제라 거까지 통제하려고 들어. 제라가 배가 부르든 말든 저녁은 먹어야잖아.
아니, 내가 뭐라고 했는데 짜증을 내고 그래?
아, 몰라, 너 그냥 빠져.
안방에 누워 이런 대화를 듣고 있자면 재밌기도 하고, 때론 짜증이 올라온다.
왜 그러는 걸까? 문제가 뭘까. 원인이 뭘까. 첫째 아이, 문제가 있다. 자기 일이 아닌 것에 지나치게 개입하려 들고 통제하려 한다. 둘째 아이의 삶과 시간, 행동을 본인이 통제하려고 한다. 둘째는 이것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크다. 첫째는 모든 면에서 괜찮은 아이인데, 유독 이 한 가지 부분만큼은 바로잡혀지지가 않느다. 걱정이다.
각 가정마다 종류는 다르나 이러한 문제가 하나씩은 있으리라.
인력으로 안 되고, 노력이나 처방으로 안 되는 문제들... . 나는 낙관적인 편이다. 첫째 아이 행동을 고쳐보려고, 생각을 바꾸도록 해 보려고 야단도 쳐 보고 별 방법을 다 동원해 봤는데 안 통한다. 첫째는 이대로 죽 갈 것 같다. 스스로 성장하고, 깨닫고, 성숙해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내가 하는 처방은 사랑이다. 인정이다. 늘 안아주고, 아가라고 불러주고, 마음을 공감해 주려 노력할 뿐이다. 사랑은 어떤 의미에서 만병치유약이다. 지금으로썬 그것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독자 여러분들의 가정은 안녕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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