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외면했던 것들이 그렇게 싸늘한 시체로 변했습니다.
Playlist. Lily of The Valley
무심코 사랑했습니다.
"야!!"
무심코 바라본 길 한편에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의 앞에는 뛰어가는 몇몇의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친구들끼리 하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자는 울었습니다. 뭐가 그리 와르르 무너졌는지 울음을 토해냈습니다. 옆에 있던 노인은 그녀에게 말을 걸었지만, 대답하지 않고 울음만 쏟아냈습니다. 그러자 한 아저씨는 아주머니를 말렸습니다.
"아유, 어무니. 미친 애들은 건드는 거 아니에요. 그냥 무시하셔요."
실제로 그녀는 술을 많이 마신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늘이 떠나가라 울었습니다.
나는 아무 말도 건네지 못했습니다.
그날 너무 피곤하기도 했고, 내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합리화를 했습니다.
서늘하고 차가워져만 가는 세상에서 사적궤도는 점차 그 경계를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사적궤도에 들어오지 않는 것들은 배척하고 외면했습니다. 마음을 쓰지 말라던 친구 M의 말이 떠올라요. 무던하게 반응하는 법을 몰라 예민하게 들어왔던 그 사랑의 결핍들이 저를 죽여왔습니다. 사람들은 이상해서 자기 마음대로 사람들을 죽이잖아요.
그 피해자였습니다. 동시에 가해자였죠.
무심코 저질러 버렸던 제 입 안의 낱말들이 많은 이들을 살해했습니다. 그렇게 책임지지 못할 언어들을 토해냈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사람들과 길들, 그리고 사랑들이 저만치 뒤에서 나를 보고 있어요. 저렇게 뒤에서 말하면 내가 어떻게 들을 수 있겠니 - 했는데, 뒤가 아니라 앞이었나 봐요.
아무런 뜻이나 생각 없이 말했던 것들이 지나치게 하소연하고 있어요.
무심코 외면했던 것들은 그렇게 싸늘한 시체로 변했습니다.
길거리에 버려진 그들을 보고도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아요. 그건 우리의 궤도 달라서 그런가요. 무심하게 선을 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경계가 보이지 않나 봐요. 그 경계를 넘어선 사람들은 우리의 마음에 들어오고는 합니다. 들어와 제멋대로 움직입니다.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는가 반면에 도끼질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빛과 그림자의 경계선에 있는 것들은 빛인가요, 그림자인가요.
카페에서 글을 쓰다 무심코 옆을 보았습니다. 그곳에는 연신 팔과 손을 움직이는 중년 남성들이 있었습니다. 제게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들은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손에는 마치 표정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제대로 바라보지 않으면 전달하지도, 전달받지도 못하니 그들은 서로서로의 손과 눈을 바라봤습니다. 그 눈과 손에는 진심이 있습니다.
말이 없어도 그들의 정신은 빛을 따라오고 갔습니다.
삶 속에는 그런 모호한 순간들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사람들은 빛을 선이라고 하는데 저는 밤의 어둠이 더 좋거든요. 낮의 빛이 제게는 조금 밝습니다. 문을 닫아 놓아도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일말의 빛을 더 좋아합니다. 낮에서 밤이 되는 그 찰나의 순간이 참 벅찹니다.
그래서 저는 그 모호한 순간을 사랑이라고 하기로 했습니다.
인류는 문자를 만들기 전부터 별을 봤다고 했으니 저도 힘이 들 때면 별을 보려고 합니다. 그 안에 있는 사랑을 보려고 합니다. 멍하니 떠있는 별들이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 같거든요. 그렇게 무심하게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봅니다. 분리수거도 안 한 상태에서 그냥 소각해 버렸던 사랑을 모아 봅니다.
어쩌면 당연한 분리라는 상태에서 다시 결합을 바라봅니다. 격리되어 있던 우리는 그렇게 모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