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04. 잡다한 이야기

집이 잘못한 거라니까

by 세령

혼자 있는 집은 어마무시한 기운이 있다. 나의 의지를 꺾어버리는 강력한 기운!

분명히 오늘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이런 생각들을 했다.

'집에 가서, 씻고, 밥을 해 먹고, 업무에 필요한 공부를 하고, 영화를 보면서 빨래를 개야지.'

분명히 계획을 세웠다. 진짜로.

그러나 집 대문을 여는 순간, 대단한 의지를 가졌던 나는 홀연히 사라지고 집이 건 무기력 마법에 굴복해버린 나약한 인간만이 남아 침대 위에 몸을 뉘인다. 운 다음에는?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순식간에 무거워진 눈꺼풀을 내리고 잠에 들지.

그렇게 매일 반복하면서도 집에 가면 눕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은 대문을 닫는 순간 오간데 없이 사라져서 또다시 드러누워있는 나를 발견한다. 밖에서는 지칠 대로 지칠 때까지 돌아다니는 나인데도 이 강력한 집의 기운은 나를 눕히고야 만다.


그러니까 집이 잘못이다.

차디찬 바깥 공기와는 다르게 너무 푹신하고 따뜻한 침대도 잘못이다.

그래, 내가 까무룩 잠이 드는 바람에 그날 연락을 못 받은 것도, 그래서 네가 화가 난 것도, 정말로 집이 잘못한 거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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