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서울이 좋은데,
올해로 서울살이 10년 차, 나는 서울이 좋다. 집에 서울시가 발생한 '서울'이라는 포토북도 사뒀다.
서울엔 매일 좋아하는 전시와 공연들이 열리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한강은 여행해 본 어떤 도시보다 아름다운 야경과 낭만이 있다. 게다가 내 가장 친한 친구도 서울에 살며, 여기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나는 파리보다 서울이 좋다.
그런데 나의 가장 친한 그 친구가 별안간 "난 서울 싫어. 어느 정도 직장 생활하다가 다시 내려갈 거야."라고 이야기했다. 내가 좋아하는걸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싫어한다니,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왜?"하고 물었다. 친구는 미세먼지 가득한 공기보다 산의 맑은 공기에 둘러싸여 살고 싶다고 했고, 사람 가득한 거리보다 인적이 드문 시골길이 좋다고 했다. 번쩍거리는 건물에서 일하는 것보다 낡은 집 앞 텃밭에서 고구마를 키우는 게 바라는 미래라고 했다. 확실히 그 친구가 좋아하는 게 서울에는 없었다.
생각해 보면 나도 '서울'이라서 좋다기보단 서울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서 좋아하는 것이다. 내 친구는 나와는 취향이 달라서 다른 것으로 채워진 곳에서 살고 싶은 것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나와 취향이 같을 거라는 착각을 했던 것 같은데, 그럴 순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마음은 같고, 취향은 다른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함께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
시작은 친구가 내려가기 전에 운전 연습을 열심히 해두어서 멀어지더라도 마음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