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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3. 감정

외로움

by 세령

내게 불면은 밤의 가장 한가운데에 찾아온 불청객이다. 술에 취했든 피곤해 취했든 그렇게 까무룩 잠에 든 날에는 어김없이 새벽 1, 2시쯤 잠에서 깬다. 세상도 내 방도 너무나 조용한 침묵 속에서 눈을 뜨면, 해가 뜰 때까지의 긴 시간을 홀로 버텨내야 한다는 사실에 안절부절 못하는 그 밤의 틈을 비집고 불쑥 고개를 드는 감정은 '외로움'이다.

눈이 번쩍 떠진 후에 오늘은 다시 잠들기 힘들거란 사실을 직감할 때면 피곤에 절어 있을 내일 아침의 내가 불쌍해서 두 눈을 꼭 감고 잠을 청해 보지만 당연히 헛수고다. 그때부터 나는 세상에 온전히 나 혼자만 깨어있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아포칼립스 영화 주인공에 빙의하고, 밤새 외로움과 싸워 내는 게 유일한 할 일이다.

그래, 세상에 완벽히 홀로 남았다는 느낌. 그게 바로 외로움인가 보다.

외로움;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

외로움이 비정상적인 감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심지어 심리학자들도 있지만 과연 홀로 되어 쓸쓸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 우리 모두 유치원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을 들으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을 배운다. 그 이후부터는 이 사회를 살아가려면 늘 원치 않아도 공동체 생활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렇게 모두가 평생을 반강제로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든다면 누구나 외롭지 않을까.

사람이 아니라 동물들과 지내며 성장한 타잔도 동물 친구 하나 없이 갑작스레 혼자가 되었다면 외로울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갑작스레 혼자가 되는 상황이 나에게는 모두가 잠든 틈에 불쑥 잠을 빼앗긴 새벽다.

어찌 되었든 나에게도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 필히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다음번에 그를 또 마주칠 것을 대비하여 싸워 이길 수 있는 무기를 준비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이 좋을까? 독서? 숨겨진 명곡 발굴? 영화 보기? 게임? 일단 수십 개의 무기를 찾아두고 전부 사용해보아야겠다. 전부 써본 결과 고요한 새벽 외로움과 싸워서 이긴 무기가 무엇인지는 직접 만나게 되면 말씀드리겠다. 물론 당신이 가진 무기와 물물교환은 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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