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티지 못했다#5

5일차

by 세보

인턴 5일차

오늘은 인생 처음으로 외근을 하러간다. 아침 6시30분, 아직 식지 않은 새벽의 적막을 깨고 집을 나섰다. 경기도로 향하는 지하철에 탔을 때,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의 인파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7시인데 어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인가."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만지작만지작 거리다보니 환승하는 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환승을하고 내려서 버스를 타야했다. 외근하는 회사 장소가 내 집에서 지하철로 1번 환승하고 버스를 10정거장 정도 가고 걸어서 20분정도 가야하는 곳이다. 출근길이 평소의 세 배정도 걸렸다. 넷플릭스 보면서 가긴했는데 외근하는 곳에 점점 가까워질 수록 알 수 없는 떨림이 더 크게 다가왔다.


마침내, 외근장소 앞에 도착했다. 기대와 두려움이 동시에 가라앉지 못해 체온처럼 오르내렸다. ‘오늘 나는 어떤 식으로 기업끼리 협업을 하는지 보게되니 설렌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회사에 들어갔다.

도착한 곳은 거대한 빌딩 하나가 온전히 하나의 회사를 이루는 공간이었다. 마치 하나의 도시처럼, 층층마다 다른 호흡과 리듬을 품고 있는 듯했다. 부장님과 대리님을 만나 인사드린 뒤, 카운터에 들러 방문증을 받았다. 방문증을 목에 걸었을 때, 작은 카드 하나가 나를 갑자기 다른 차원으로 데려다 놓는 느낌이었다. 내가 보고 들었던 거랑 차원이 다른 곳이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 타고 층마다 문이 열릴 때 낯선 공기가 내 코를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세상에는 내가 아직 모르는 것들이 끝없이 존재한다는 것을.


회의실로 들어서자, 대화가 곧장 빠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이게 기업과 기업간의 협업인가?"라는 생각이들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협업, 일정, 조율, 솔루션에 대한 이야기 등 낯선 용어들이 공중에서 얽히고 풀리며 회의실을 채웠다. 나는 그 사이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마음만큼은 회의실의 공기를 이해하기 위해 분투하는 또 다른 ‘나’가 되어 있었다.


불과 5일, 그 짧은 시간으로는 이 언어들을 온전히 알아들을 수 없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느껴졌다. 전문용어들을 서로 이야기하는 동안 나는 그 이야기 흐름 속에서 멀뚱멀뚱 금붕어처럼 눈을 깜빡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막막함이 완전히 부정적인 감정만은 아니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말들이 오가는 순간에도 그 속에 ‘내가 앞으로 닿게 될 세계’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였다. 어쩌면 지금의 나는 이 세계의 바깥에서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중일지 모른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유리벽을 깨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날의 외근은 그렇게 끝났다.
그러나 내 안의 감정들은 한참 동안 끝날 줄을 몰랐다.
두려움, 설렘, 거리감, 동경 등 서로 다른 온도의 감정들이 하루종일 내 마음을 지나갔다.

아마도 성장이라는 것은 이런 미세한 흔들림들을 조금씩 겪어내는 과정일 것이다.
오늘의 나는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세계를 통과해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나의 입사 첫 주가 마무리 되었고 다음 주에 출근할 생각에 여러 감정들이 오갔다.



외근 당일 느낀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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