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ast walk trail, 쓸쓸하고 외로운
이곳에 오기 전에는 샌디에이고는 겨울에도 아주아주 따뜻한 곳인 줄 알았다.
그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는 것을, 두 번째 맞이하는 샌디에이고의 겨울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12월의 샌디에이고는 유독 푸르다.
샌디에이고의 낮은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날씨 좋은 9월 가을 같다.
너무 짧아서 제대로 느끼고 지나가는 날을 손에 꼽을 정도의 그런 청명하고 싱그러운 날씨.
샌디에이고의 겨울은 그렇게 청량하다.
Coast Walk Trail
친구들과 함께 가까운 라호야 트레일을 찾았다.
처음 샌디에이고에 왔을 때 멋모르고 걸었던 기억이 난다.
햇살이 유독 빛나고, 물빛도 유독 아름다운 날.
이제 이곳을 이렇게 내킬 때마다 오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Torrey Pine State Beach-겨울의 해질 무렵
이렇게 눈부신 한낮에도, 샌디에이고도 나름 겨울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우선은 해가 일찍 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머타임이라고 알고 있는 Daylight saving이 끝나자 4시 40분쯤이면 해가 진다. 아무리 따뜻한 샌디에이고라지만 이렇게 해가 일찍 지니, 저녁에 쓸쓸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집 밖에 나서기가 꺼려지고, 아침에 이불속에서 쉬이 일어나지 못하는. 한국의 겨울처럼 시리게 추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다.
돌아갈 준비를 한다는 핑계로 집 안에서 빈둥빈둥 많은 시간을 보내다가, 게으른 몸을 일으켜 해 지는 것을 보러 간다. 나는 분명 변화되었는데, 변화되지 않을 것만 같은 그곳으로 '돌아감'이 주는 무게와 우울감.
저 넓은 태평양을 바라보며,
그래 그 정도는 별거 아냐. 티끌같이 작고 가벼운거야.
샌디에이고의 겨울밤이 시작되었다. 이제 얇은 패딩을 입고 나니는 사람도 많고, 밤은 유독 쓸쓸하다.
이제 겨우 두 번째 겨울인데, 한국의 춥고 시린 눈으로 가득한 겨울에 대한 기억이 흐려졌다.
너무 쓸쓸해하지 말고, 너무 겁내지 말고.
샌디에이고의 겨울은 아름답다. 한국의 겨울도 아름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