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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in Dec 10. 2023

떠남을 준비하며

가을인듯 겨울인듯

가을인 듯 겨울인 듯, 샌디에이고의 지금은 최고의 시간.

이곳에서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잠시 집 밖을 거닐 때에도 그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은 새롭기만 하다.


우리 동네의 월세는 눈물 나게 비싼 데다가 가장 높은 월세를 찍을 때 이곳에 온 터라,

감당하기 버거운 월세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는 칙칙하고 별로라 늘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리싱오피스에 갔더니 크리스마스 장식이 참 예쁘다. 사진으로 보니 더더욱 예쁘네.

시간이 지나면, 칙칙하고 어두웠던 우리 집 내부는 다 잊고, 예쁜 사진처럼 좋은 기억만 가득하겠지.

리싱오피스에 있는 로비. 창문 밖으로 해지는 하늘이 예술이지 않은가.
차갑고 청량한 공기는 자쿠지와 너무너무 잘 어울린다. 수영장엔 사람이 없고, 바람은 시원하고 노을은 예쁘구나-H와 함께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지도 않고,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더 알차게 보내지도 않고. 

그저 흐리멍덩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만 보고 있다. 

세월이 오래오래 지나서 다시 이 사진을 보게 된다면, 저 눈부신 공간에 내가 존재하였음이 믿어질까..

the Welk-JC golf 쿠폰북에 포함되어 있는 2 in 1 쿠폰을 썼다. 둘이서 19달러에 18홀을 휘휘 돈다~~




봄에는 비도 많이 오고 흐리고 그러더니, 떠날 날이 다가오니 어쩜 이렇게 햇살도 눈부신지. 

가을인지 겨울인지 봄인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 며칠 안되는-최고로 화창하고 맑고(아,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 얼마나 되던가) 아름다운 날이 날이면 날마다 계속되고 있다.

흔한 동네 풍경- 오래전에 본 뉴욕의 센트럴 파크 못지않네^^ 이 정도면 완연한 가을이지



친구들과 팔로마 마운틴에도 다시 올랐다. 팔로마 마운틴은 한국의 가을 느낌일 거라고, 엄청 예쁜 곳이라고 호언장담하며 이끌었는데.. 어라.. 몇 달 전에 혼자 찾았을 때랑 거의 비슷하다.  머문 시간이 짧아 못내 아쉽고 너무 먼 곳을 이끌어 미안한 마음이 가득.

구비구비 올라가는 팔로마 마운틴, 이제는 정말 안녕!!



은행과 카드를 하나하나 닫고, 여기서 쓰던 물건도 하나 둘 처분하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도 '선택'을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갈 길'이 항상 같지는 않고,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길'과 '내게 진정으로 좋은 길' 역시 다르다는 것도 알고 있다. 


특별히 막 무언가를 억지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조금씩 이 곳에서의 생활이 정리되어가고 있다.

삶이 일상이 늘 그대로이지 않고 이렇게 변화하는 것은 신.비.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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