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 가을. 12월엔 교토지
12월 초에 교토에 다녀왔다.
한국보다 훨씬 따뜻한 교토의 가을.
그 느낌 그대로 다녀오면 바로 기록해야지 했는데.
유행하는 독감인지 뭔지 2주는 아파서 꼼짝 못하고.
감당하기 버거운 일들을 감내하느라, 아름다운 교토를 떠올릴 여유가 없었다.
어쩌면 아무 일 없는 그런 지루하고도 평범한 일상은 신의 축복이 있어야 겨우 가능한.
사실 교토는 한적하지 않았다.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청수사(기요미즈테라)를 오르는 길은 수없이 많은 인파로 북적거리고
또 다른 단풍절경이라는 에이칸도 역시 단풍보다 사람구경.
번쩍거리는 금각사 역시 멋지기는 한데 북적거리는 인파 속에 있으니,
북적거리는 곳은 어디든 그 아름다움이 온전히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도 하룻밤 머물다 가는 호텔이 ROKO KYOTO라 참 다행이었다.
사실 ROKU hotel은 free night reward를 쓰기 위해 선택한, 제 돈 주고는 도저히 못 갈 것 같은 좋은 호텔이다.
교토의 주요 관광지에서 다소 벗어나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이 호텔은 사실 규모도 그리 크지 않고 볼거리가 막 화려하거나 그러지는 않은데.
들어서는 순간, 아. 이게 교토의 가을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곳이었다.
걸어서 금각사까지 다녀왔다.
금각사 앞의 맛집에서 소바도 먹고, 교토의 한적한 동네를 따라 숙소로 돌아오는 길.
작고 소박한 오래된 성당에도 가보고, 하굣길에 수다가 한참인 두 학생 옆에서 한 참을 같이 가기도 하고^^
그저 이곳에 한참을 살아본 사람처럼, 슬그머니 동네길을 걸어 본다.
그리고, 번잡해도 아름다운 기요미즈테라.
번잡한 곳을 엄청 싫어하는 H였지만, 청수사가 명탐정 코난에 나오는 그 절이라고 알려주었더니 세상 신기한지 열심히 걸어 올라갔다. 저기 저곳이 미란이와 도일이가 서 있던 그곳이라지..
그리고 에이칸도.
3천 그루의 단풍이 맞아? 싶기는 했으나 어쨌든 예쁜 에이칸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