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리가 끝이야'
미국에 머물 때 미국의 네 개의 꼭짓점을 혼자서 그려본 적이 있다.
시애틀, 샌디에이고, 플로리다의 키웨스트.. 그리고 메인.
유일하게 가보지 못했던 한 꼭짓점인 메인 주가 이 영화의 시작 화면이었다. 아름다웠다.
영화의 대부분이 보스턴에서의 이야기라, 아름다운 보스턴이 영화 중간중간 나오기도.
아주 짧게 머물다 온 주제에 호들갑은.
그러나 그 짧은 체류 덕에, 영화가 움직이는 그 공간이 상상이 된다. 신기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하버드 로스쿨 석지영 교수의 'At home in the law'라는 글이 떠오른 것은 왜일까.
2011년이었던가 그녀가 쓴 그 책을 집어 들었으나 너무 어렵고 부담이 되어서 슬그머니 놓아버렸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책이 떠올랐다. 집이라는 공간을 두고 법률적으로 너무 거창하게 해석한게 아닌가, 그랬었는데.. 살아보니 집이라는 곳 만큼 위험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은밀하고 가장 가혹한 공간이 집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나이가 들고, 세상을 좀 더 알게 된 덕분인지. 되돌아보는 나의 삶에도,
형법이나 영화에 등장하는 그 어떤 사례 못지않게 잔인하고 폭력적인 순간들이 꽤나 있었던 것이다.
꼭 피가 튀고 멍이 들지 않아도, 우리는 어쩌면 가정 안에서 가장 상처를 받는다.
영화 속에서 만나는 주인공들은, 늘 선택에 있어서 단단하고 단호하다.
물러터지고 게을러 빠진 어리석은 인간은 스스로를 착하다 온화하다 유하다를 외치며,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그 혐오스러운 단어를 읊조리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현 상태를 유지한다.
유한 어리석음보다는 단단한 현명함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나은 거였다.
나는 얼마만큼 단단한가.
It ends with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