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KR-Sejong] 봄놀이, 요이땅

매일매일 꽃놀이, 조천 벚꽃길

by sojin

날이 제법 쌀쌀할 때는, 저 차가움 속에서 하나 둘 싹이 오르는 게 보여도 집 밖에 나오기 싫더니.

오늘 같이 따뜻한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날엔, 실내에 머무르는 게 바보다.


회사에 다니면 싫으나 좋으나 봄바람이 부나 차가운 봄비가 내리거나.

어쩔 수 없이 이 아름다운 찰나를 그냥 보내기 부지기수였는데.


모처럼 늦잠을 잔 게으른 백수는 생수 한 병과 버스카드 한 장 달랑 들고, 시골 벚꽃길을 무작정 걷는다.

너른 풀 밭 위로, 따뜻한 봄기운이 마구 밀려온다. 참 고운 빛이 아닌가. 하늘색, 벚꽃, 봄 새싹의 모든 색이 아름답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두 서울에서 졸업하였다면 엄연한 서울토박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내가 아는 많은 이들은 서울을 사랑하고, 서울을 떠나면 마치 큰 일이라도 난 것 같이 구는데,

난 이런 시골에서 사는 게 도무지 싫지가 않다.


갑자기 불러낼 친구 하나 없는 이곳에서, 나는 혼자서도 잘도 걷는다.

지나가는 아기들의 얼굴반 봐도 괜히 웃음이 나고,

등 뒤로 내려오는 따뜻한 봄볕만으로도 그냥 내가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생명력이 가득한 들판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 좋아, 절로 기운이 난다.



조치원 시장 구경을 하고, 수구레 국밥 하나 뚝딱 하고,

시장에서 벙거지 모자를 하나 샀다. 8천 원인데 아주 가볍다. 돌아오는 길의 든든한 가림막이 되어주었다.

우연히 발견한 동네 카페의 커피는 달지도 않은 것이 너무 달콤하고 맛있다.


두 시간의 벚꽃길, 국밥, 커피. 아주 맘에 드는 코스다.

꽃구경 요이땅,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날.



keyword
작가의 이전글[KR-Seoul] "It ends with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