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Almond blossom이 떠오르는, 고복저수지.
흐린 날이었다.
그래도 모처럼 내게 차가 있는 날이다. 이 아까운 봄날, 집에만 있을 수는 없지.
세종시 근처에서 벚꽃 명소로 조천 벚꽃길, 부용리 벚꽃길, 그리고 고복저수지를 꼽는 것 같다.
날이 흐리고 돌아오는 길에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지기도 했지만, 이 찰나의 꽃놀이를 놓칠 수 없지.
저 멀리 보이는 호수(고복저수지)를 한 바퀴를 다 돌았다.한 6 km정도 되는 것 같다.
경치가 국립공원 급으로 수려한 것은 아니었지만, 걷기에 참 좋은 길이다.
Miramar reservoir가 생각났다. 사람들이 매일을 찾는 소박하고 편한 곳.
이 날의 빛은, 고흐의 Almond Blossom과 닮은 빛이었다햇빛에 반짝이는 눈부신 봄 날은 아니었는데,
시선이 닿는 곳마다 색이 괜스레 아름답다 생각했는데.
고흐가 본 딱 그 빛깔이 아니었을지..
봄날이 누구에게나 반짝거리는 빛나는 순간만으로 된 것은 아니다.
이렇게 가라앉지만 우아하게 고운 빛도 있다.
세상의 모든 그림자는 검은 색인 줄 알았었다.
그림자에도 색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다.
호수에 담긴 산 그림자가 짙은 초록으로도,
연둣빛 새싹이 드리운 호수 위 그림자가 때로 보랏빛으로도.
저마다 홀로 아름다울 것 같은 봄인데,
알고 보니 그림자 역시 다 같이 화려한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