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산 둘레길
아꼬운 봄이 스쳐지나 간다.
스쳐 지나가는 봄이 못 내 아쉬워, 부지런히도 돌아다닌다.
젊은 날 몸 담았던 정든 회사 앞도 오랜만에 지나가 본다.
아이들이 다녔던 회사 앞 어린이집도 그대로고, 회사도 그대로인데.
나만 변했다. 나만 멍하다.
그때는 몰랐다.
사는 게 바쁘고 힘들기만 했는데.
그저 젊었고, 그저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었던 그때가 젊었던 것이다. 아름다웠던 것이다.
아름답고 눈 부신 것은 모두 찰나다.
모든 것을 쏟아 내어 몰입하지 못했던 젊음은,
한껏 누려보지도 못한 채 지나쳐 버리는 봄과 같은 것.
아꼬운 봄.
참으로 아꼬운 봄.
집 가까운 원수산 둘레로 데크길이 나 있다.
집에서 뒹굴뒹굴 하고픈 마음을 뒤로 하고, 그저 햇빛을 받으며 걷는 것만으로도
아꼬운 봄을 함께 하는 기분이다.
아꼬운 봄,
아꼬운 석양.
그리고 아꼬운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