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는 찬란한 순간들
산다는 것은,
어쩌면 그 무엇 하나 고정하지 못하고 '그저 흘려보내는 것'일지 모른다.
사진을 찍어 그 순간을 아무리 담으려 한 들,
우리의 모든 순간은 그저 사라지는 현존하지 않는 것들.
십여 년 전, 아무런 연고도 없는 대전이라는 도시에 덜컥 내려왔다.
밤거리가 별로 환하지 않은 것도,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는 것도 신기했고,
어딜 가나 주차할 만한 공간이 널찍하게 있는 것도 이상했다.
동학사며 수통골이며 갑천과 같은 가까운 곳부터, 지리산 남해 군산 담양 변산반도...
봄나들이, 꽃놀이, 단풍놀이, 물놀이 조개잡이... 참으로 많이도 다녔구나..
10년 만에 수통골을 찾았다.
십 년이 훌쩍 지나 또 다른 계절인 이곳. 나는 훌쩍 늙었는데 이곳은 여전히 화사하다.
그때의 나는 젊었고, 엄마는 건강했다.
그리고, 또 몇 년이 지나 오늘을 기억하면,
오늘의 나는 젊었고 엄마도 건강한 것일지도.
어떠한 것도 붙들 수 없다.
잠시도 가질 수 없다.
젊음도,
건강도,
이 찬란한 봄도.
이곳에 살면서 참 좋아했던 곳 하섬을 가려했었다.
생각해 보니 돌아와서 아직 바다를 보러 가지 못했다.
하지만 오랜 항암치료와 여러 질환 때문에, 엄마의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다.
가까운 곳 장태산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세콰이어 국립공원의 커다랗고 멋진 아름드리나무를 보고와도,
이곳은 이 곳대로.
나의 시간이 흘러가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