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Gyeongju] 꽃밭 너머 첨성대

첨성대는 안 보고 꽃길만 걷다 오네

by sojin

나의 인생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무언가를 저 멀리 두고, 내 앞에 놓인 꽃들에만 집중하는. 그런 것일지 모른다.


경주를 가서도 정작 첨성대가 얼마나 훌륭한지 따위에는 일도 관심을 두지 않고,

그저 꽃밭을 찾아 멀리서 서성대기만 하니 말이다.

여름 꽃이 곳곳에 피었다. 이름도 모르지만 여름마다 곳곳에서 이 분홍빛 통꽃을 자주 본다. 넙데데한 아줌마 같은 분홍꽃이 마냥 푸근하고 화사하다.
이 꽃은 작약이려나.. 큰 꽃보다는 작은 꽃들에 눈이 가는 편인데, 작약은 언제 봐도 정말 우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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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 꽃, 탁트인 서라벌에 꽃들이 가득하다. 이 너른 벌판을 달리며 그 때의 젊은이들이 사랑도 하고 야망도 불태웠겠지.
지평선 너머의 나즈막한 산들. 산세가 그리 높지 않아서 참 좋다. 옛날 사람들 보기에도 이렇게 너른 벌판은 참으로 살기 좋은 곳이었겠지.




보문호수를 따라 산책을 했다. 호수가 윤슬과 윤슬에 빛나는 꽃잎. 참 소중한 찰나가 내 사진 속에 박혀있다.


머리와 몸은 둔탁해져 가는데, 마음만 바쁘다 보니 균형이 맞지 않았다.

뭔가 욕심껏 많은 것을 하고 싶은데, 나의 모든 것은 유한하다.

그저 순간에 머무는 것과 그 안에서 평화로운 마음을 연습 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나의 첨성대가 너무 멀리 있어도,

나의 발길은 첨성대가 아니라 그 옆의 작은 꽃 주변에서 서성 거려도.

그저 서라벌 땅을 밟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꽃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도.

차고 넘치도록 행복한 시간을 살아내는 중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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