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가 생각나는 부여의 여름
실은 궁남지의 연꽃은 이미 지는 중이었다.
연못 한편에 드문드문 남아 있는, 그래도 여전히 아름다운 연꽃.
노란색이 이렇게 우아한 색이었나,
꽃잎 끝에 살짝 남아 있는 분홍색이 이토톡 아름다울 건 또 뭐람.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 나도 딱 저렇게만 고운 빛으로.
지는 꽃일지라도 핑크빛 조금쯤은 마음 한편에 살짝
아주 살짝만 남겨두길.
연꽃을 보러 간 궁남지에서 수련을 만났다.
연꽃잎은 너무나 커서 물을 가리지만, 수련 잎 사이로는 하늘과 구름이 보인다.
아름다운 수련을 보면서, 물에 담긴 하늘과 구름을 보면서 당연히 모네가 떠올랐다.
2년 전 MET에서 본 모네의 수련(Waterlilly)..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빛을 담아낸 모네의 그림에
대충 찍은 초라한 나의 사진을 나란히 두는 것.
그 자체가 아주 글러먹은 짓이다. 건방지기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집에 와서 MET에서 본 수련을 찾아보면서,
100년 전,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지베르니에서 수련을 바라보던 모네의 마음과,
지금 현재 부여의 궁남지에서 수련과 해, 그름, 하늘과 바람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이
결국은 같은 것일 거라 믿게 된다.
모네가 본 아름다움을 나도 이곳에서 이렇게 본다.
아름다운 자연의 사계에도, 피고 지는 저마다의 시기가 있다.
벚꽃이 지나간 자리엔 연꽃이 가득하다가,
다 사라지고 없겠지 하는 마음엔 수련이 핀다.
모네가 바라보고, 모네가 지어낸
참으로 아름다운 빛,
나도 그처럼, 아름다운 빛을 세상에.
무엇으로 남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