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Gongju] 마곡사의 가을

따뜻한 가을 그리고 수능날, 이 땅의 모든 청소년이 건강하길

by sojin

오늘은 수능날이다.

J와 H에게도 곧 다가오는 시간이라, 이 시간이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수능 덕분에 오랜만에 기숙사에서 지내지 않고 집에 있는 H

조금이라도 더 같이 지내고 싶은 마음에

그 좋다는 가을 산책도 뒤로 하고 H 곁에서 괜히 서성였더니,

아니나 다를까 H로부터 한 소리 듣는다.


아이들은 어렸을 때나 엄마를 찾는 것을,

엄마를 찾던 그 어린 시절은 일한다고 정신없이 보내고선

이제와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거나 뭐라도 얘기를 이어가 보려는 것은

아마도 엄마의 욕심..


올해는 가을이 유독 따뜻하다.

가을햇살이 어찌나 따뜻한지, 가을 단풍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애들은 사 먹는 밥이 더 맛있다고 난리인데,

요리도 못하면서 주말이면 애들 밥 차린다고 어디 멀리 가지도 못하는 시간들.


가까운 마곡사를 오랜만에 찾았다.

애들한테 인기가 많은 시절엔 거들떠도 보지 않던 T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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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안 놀아줘서 어쩔 수 없이 친하게 된 T..




가까운 어디든 하나 가득 가을이다.

단풍잎 사이로 비추는 가을 햇살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도, 특별한 무언가를 바라지도 않는,

소박하고 아무것도 없는 이 시간. 소중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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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이 알게 된 친구와 국립수목원도 걸어본다.

가까운 길에 이렇게 좋은 곳이 많다는 것은 너무나도 행운.

나이가 들어서도 좋은 친구를 가질 수 있다는 것도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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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H의 저녁만 느지막이 챙기면 되는 상황이라, 모처럼 카페에 앉아해 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옆 테이블의 모녀의 대화가 자꾸 들린다. 엄마와 함께 공부를 하는 착한 딸.

딸이 학원 영어 숙제를 하는데, 엄마 눈에는 딸의 공부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엄마는 왜 먼저 읽고 해석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냐고 아이를 다그치고,

아이는 이미 읽고 이해하고 이제 보고 넣어서 외우는 중이라고 몇 번을 설명하는 중이다.

엄마는 이해를 하려 하지 않고, 점점 더 정도가 높아져서 학원 그만 다녀라 인강으로 해라까지 얘기하고 만다.


그 대화를 어쩔 수 없이 듣고, 여기에 옮기는 이유는..

그 대화는 온전히 나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는 시기는,

자식이 온전히 자기에게 의존하는 시기 밖에 없다.

생존의 모든 것을 온전히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자식들은

그 부모를 찾고 온전히 기대며, 부모의 가르침과 지시에 순종한다.

그러나 그 시기는 사춘기 전이면 끝이 난다.


어쩌면 나도 이러한 착각과 기대 속에서 J와 H를 바라보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아이들이 그러지 말라고 나에게 요구할 수 있고, 나에게서 멀어져 훨훨 성장하려 한다.

서운하기는 한데, 실은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아이들을 나의 그릇에 담으려 해서는 안된다.

내가 살아온 길에 갇혀서, 그 좁은 그릇으로 아이를 가두려 해서는 안된다.


훨훨 날아가렴.

엄마가 가보지 못한, 더 아름답고 넓은 곳으로 자유롭게 행복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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