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 알았지, 그래도 가보고 싶었어. 도쿄
여행계획 짜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였지만,
도쿄행 항공권을 발권하고 숙소를 고른 뒤에도 쉬이 일정을 짜지를 못했다.
쇼핑도, 맛집도 크게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아무리 이리저리 뒤져봐도
사람들 넘쳐나는 신주쿠, 하라주쿠, 긴자.. 뭐 이런 곳에 딱히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은 이번 여행은 갈까 말까 수천번을 망설이던 여행.
힐튼 무료숙박권이 한 장 있었고(어쩜 이게 여행의 이유;;)
한 해 두 해 열심히 살아온 J에게 잠시 쉼을 주고 싶었고,
그 J가 가장 가고 싶은 곳이 도쿄였다.
도쿄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당연히 후지산이었는데,
짧은 일정에 후지산을 하루 넣기엔 너무 무리여서..
결국은 저렇게 조그마한 후지산 꼭대기를 보는 것이 다였다.
(이렇게라도 후지산을 보려면 1. 인천-나리타 항공편의 가는 방향에서 오른쪽 창가자리를 예약해야 하고 2. 비행경로를 잘 보고 있다가 후지산이 나올법할 때 절대 잠들면 안 된다;;;)
여행에서 돌아와 J를 위한 거 말고, 나를 위해 좋았던 순간을 떠올려 본다.
후지산을 포기하고 얻어낸 <도쿄 세키쿠치 성당에서 미사보기>
미사를 보러 가던 길에 잠시 길을 헤매어서 동네 공원을 지나다가 J와 H가 그네를 잠시 탔다. 세키쿠치 성당이 있는 동네는 정말 현지인들이 실제로 사는 조용한 주택가였는데, 정말 일본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일본어로 진행되는 미사시간에 오랜만에 4 이서 미사를 드릴 수 있어서 참 좋았다. J의 태도가 다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따라와서 함께해 준 것만으로도 난 참 좋았던 시간.
(원래는 이 근처에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 박물관과 와세다 대학을 가고 싶었는데, 신주쿠에 빨리 가야 한다는 J에 의해 그 제안은 기각당했다;;)
<황거(고쿄)-도쿄역-도쿄대학>
일본왕이 산다는 고쿄는 연말이라 아예 입장이 불가능했지만, 대도시 한가운데 있는 고쿄에서 도쿄역 그리고 도쿄대학에 이르는 코스는 따뜻하고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상쾌했다.
<그리고, 마지막날 들린 우에노 공원>
율동공원이라는 아이들의 말에 딱히 반박할 뭔가를 찾지는 못하고,
그저 이렇게라도 대도시의 번잡한 거리를 걷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도쿄는 서울과 달리 참으로 너른 평평한 땅에 세워진 도시.
생각보다 겨울이 참 따뜻했다.
봄이면 이곳에 여기저기 꽃이 넘쳐날 텐데, 우에노 공원 한편에서 겨우 찾은 꽃 몇 송이로
봄날의 도쿄를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