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사랑하는가

나 성장일기 : 심리학을 통한 자기 양육 ep1.

by 윤 슬


“야근하고 운동까지. 가끔 보면 진짜 넌 대단하긴 해. 넌 뭘 해도 죽진 않겠다.”



퇴근 후 현관문을 열고 입구의 전신거울을 보는 순간 무심결에 나오는 말. 바로 거울 속에 비친 나에게 하는 말이다.

나는 이렇게 종종 나와 대화를 한다. 무심하게 툭 내뱉긴 해도 투박한 애정이 담긴 말. 이 말 덕분에 지친 하루를 위로받고 하루하루를 채워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에 대한 지독한 사랑


문득 깨달았다. 이 대화는 '나에 대한 지독한 사랑'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하루 12시간 꼬박 단 10분도 쉬지 않고 일한 내가 가엾다. 그리고 각박한 현실에서 나름의 발버둥을 치며 열심히 살아가는 내가 대견하다. 이런 내가 안쓰러우며 이렇게 살아가는 내가 끔찍하게 소중하다. 나는 나를 지독하게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Certainly, yes.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나의 감정을 알아준다.

오늘 일한다고 고생했다고, 오늘 할 일들을 모두 해냈음에 대견하다고, 나에게 말해준다. 그리고 내 감정을 읽어준다. 나는 오늘 너의 슬픔을, 나는 오늘 너의 기쁨을, 나는 오늘 너의 실망을, 나는 오늘 너의 벅참을, 나는 오늘 너의 우울을. 나는 오늘 너의 모든 감정을 알고 있다고.


둘째, 자책하지 않는다.

좌절을 겪는, 또는 시련을 겪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절대 화살의 끝을 너에게 돌리지 마.”

이 말은 사실 나에게 종종 해주는 말이다. 예상할 수 없는 게 인간사라나. 살다 보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상대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지 않을 때도 다반사이다. 하지만 결코 부정과 비난의 화살을 나에게 돌리지 않는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나는 나를 책망하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내가 처한 상황에서의 최선의 선택을 했을 것이다.


셋째, 나는 나를 잘 보살핀다.

나는 내가 심적으로, 신체적으로 건강할 수 있게 보살핀다. 적어도 일주일에 4일 이상은 운동을 가려하고, 번아웃이 올 것 같으면 마음의 여유를 준다. 내가 지금 헬스장으로 당장 뛰어가고 싶은지, 러닝이 가고 싶은지, 마음 정화를 할 수 있는 독서가 필요한지, 잠시 현실 스위치를 꺼줄 수 있는 드라마 정주행을 하고 싶은지, 백색소음의 명상이 필요한지, 햇살을 머금은 산책이 필요한지. 고요히 내면의 욕구와 직면하여 내 마음을 읽는다. 그리곤, 심신이 무너지지 않도록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 준다. 나는 나만의 Self healer인 셈이다.


넷째, 나는 나를 단호히 격려한다.

양육과 교육에서도 그러하듯이 무조건적인 오냐 오냐는 사랑이 아니다. 그것은 자유의 사랑을 빙자한 방임일 뿐이다. 진정한 사랑이란 사랑의 대상이 올바르게 자라도록, 스스로 설 수 있도록, 튼튼히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단호히 이끌어주는 것이다.

나는 나를 단호히 격려한다. 내가 무너졌을 때, 잘못된 판단을 할 때는 매정하다고 느껴질 만큼 나를 다잡는다. 내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나의 미래가 찬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모진 소리를 나에게 내뱉는다.


마지막 다섯째, 나는 나의 모든 모습을 수용한다.

아니다 싶으면 강단 있게 끝내는 나도, 그러면서 뒤돌아 우는 나도. 천진난만하게 웃는 나도, 깊은 수면 아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도, 완벽주의의 늪에서 퇴근 시간이 훌쩍 넘도록 매일 남는 나도, 오른쪽 볼에 뾰루지가 난 나도, 늦잠 후 부스스 파인애플처럼 머리가 헝클어진 나도.


나는 이 모든 내 모습을 사랑한다.



“자아존중감”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며, 스스로의 삶을 주도하고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 나를 키울 때도, 아이들을 교육할 때도, 심리학을 공부할 때도 내 삶의 구심점이 되는 무게감 있는 단어이다.


자기 사랑은 자아존중감의 원천이다. 자아존중감은 자기 사랑의 토양에서 알뜰살뜰한 보살핌을 받고 쏙 얼굴을 내밀 수 있다. 마치 씨앗을 심고, 흙이 마르지 않게 물을 주고, 햇볕을 듬뿍 쐴 수 있도록 해주며, 바람이 통하는 창가에 두어야 새싹을 틔워내는 씨앗처럼 말이다.


나를 끊임없이 돌봐주어야 한다. 나를 끊임없이 살펴주어야 한다. 나를 한결같이 사랑해줘야 한다. 자기 사랑 속에서 자아존중감이 피어나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너새니얼 브랜든(Nathaniel Branden)은 자존감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자아존중감. 즉, 자존감이란, 삶의 기본적인 도전에 대처할 수 있는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신뢰이자, 자신이 행복해질 자격이 있다는 확신이다."


그리고 자아존중감의 6가지 기둥을 제시했다.

1. 의식적으로 살기 (Living Consciously):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 생각, 행동, 그리고 처한 상황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직면하는 태도

2. 자기 수용 (Self-Acceptance): 자신의 긍정적인 면뿐만 아니라 단점, 두려움, 과거의 실수까지도 변명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나의 일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3. 자기 책임 (Self-Responsibility): 내 삶의 선택과 행동, 시간, 그리고 궁극적으로 나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하는 것.

4. 자기 주장 (Self-Assertiveness):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생각, 욕구, 가치관을 존중하며 이를 상황에 맞게 적절히 표현하는 용기.

5. 목적에 집중하기 (Living Purposefully):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의미 있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것.

6. 자아 통합 (Personal Integrity): 자신의 신념과 가치관이 실제 행동과 일치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즉,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도덕적인 기준을 지키는 것.



6개의 기둥 중 나는 약 4개 즈음의 기둥을 세웠고, 5번째 기둥 공사가 한참 진행 중에 있는 듯하다.

나 성장일기가 끝날 때 즈음 6개의 기둥이 모두 완공되어 있기를 바란다.



"나는 나를 사랑한다. 사랑했고, 앞으로도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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