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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구 Nov 24. 2024

대만, 꼭. 또다시.

허우통역에 도착하자마자 반기는 허우통을 대표하는 까만코 동상과 벽 위에 걸려있는 아기자기한 다양한 종류의 고양이 방울. 계단을 내려가 역 밖으로 나오니 수십 마리의 고양이들이 따스한 햇볕 아래서 낮잠을 청하고 있었다.

어쩜 이렇게 경계심이 없을까. 세상만사 귀찮은 표정을 짓고 있는 고양이, 뚱뚱한 배를 까고선 째려보는 건방진 고양이, 몸이 가려운지 쉴 틈 없이 발톱으로 긁는 고양이.

아스팔트 위에 꼬리를 흔들며 곤히 누워있는 치즈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다소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온순하게 있어 그 옆에 조용히 앉았다. 조심스럽게 배를 긁어주니 편안했는지 더 해달라고 앙탈을 부렸다. 부드러운 털을 쓰다듬어주니 잠이 솔솔 왔나 보다. 눈을 감으며 곤히 잔다. 잠시 후, 누군가가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팔딱 일어나 펑리수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아, 여기 사장님 고양이였구나 깨달으며 이왕 온 김에 구경했다.


내부에는 고양이 모양의 펑리수와 고양이 쿠키가 깔끔하게 일렬로 정리되어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맛도 있었는데, 공짜로 시식을 할 수 있었다. 하나씩 구매할 수도 있고, 패키지로 구매할 수도 있어서 선물용으로 사 갖고 가기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적당한 가격대의 펑리수를 골라 결제했다. 엄마같이 포근한 인상이신 사장님은 정성껏 이 맛이 어떤 맛인지 소개해주셨고, 가져가서 먹으라고 펑리수를 왕창 넣어주셨다. 포장해 주신 쇼핑백은 귀여운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배가 출출해진 나는 217호 고양이 카페로 향했다. 다소 외곽에 위치해 있어 언덕을 오르는데 현지인이 블랙핑크 음악을 따라 부르는 소리가 들려 내심 반가웠다. 한적하고 맑은 공기를 원 없이 내쉬니 올라가는 길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민트색으로 칠해진 문 옆에는 고양이가 방긋이 웃는 그림의 메뉴판이 걸려있었다. 내부에는 다양한 고양이 모양의 소품과 벽에는 전에 방문한 한국인들의 리뷰가 적혀있었다. 가장 인상에 남았던 건 고양이 꼬리가 요란하게 움직이는 시계였는데 아이디어가 정말 좋아서 구매할 수 있다면 돈을 주고 구매하고 싶었다.

배가 고픈 나는 어니언 링과 치킨너겟, 감자튀김 세트를 주문했다. 아버지와 아들 두 분에서 운영하는 것 같았는데 모두 앞치마를 입으신 모습이 정겹게 보였다. 카운터 옆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쿠션에 앉아있었다. 손님이 와도 아랑곳 않고 자리를 지키는 게 딱 봐도 이 놈 고집이 세 보였다. 다 먹고 난 뒤, 중국어로 ‘너무 맛있어요’라고 말하자 사장님은 소년 같은 웃음을 지으시면서 한국어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대만 여행에서 도미토리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수많은 국적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면 말이다.

자금 사정이 넉넉지 않아서 호스텔을 선택한 거였지만 혹여나 호텔을 예약했다면 나는 정말 후회했을 것이다. 이 한 공간에서 서로 언어는 통하지 않음에도 그냥 대화한다는 행위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서로 같은 목적을 가지고 추억을 쌓는다는 게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 그 마음을 일찍 알아서 정말로 다행이다.


타카히로는 지금 뭐 하고 지낼까.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잠시 현실의 바쁨은 두고 온 채 떠난 여행에서 우리가 만났다니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오묘하기도 하다. 지금은 서로의 존재를 모르지만 언젠가 만나게 될 인연들을 어서 마주하고 싶어. 그들을 만나는 순간, 방긋 미소를 지으며 “Hi, Nice to meet you. Where are you from?"을 외치는 날만을 하루에 수백 번 넘게 생각해.


나는 그런 여행이 좋다. 유명한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는 것보다는 한적한 버스 창가에서 앉아 아무 생각 없이 경치를 바라보는 그런 소박한 여행. 목적지 없이 그저 발이 이끌리는 곳으로 가는 그런 수수한 여행이 좋아. 그래서 나는 절대 죽으면 안 되겠다. 아직 세상에는 떠나야 할 곳이 너무나도 많으니까. 내 두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억울해서라도 절대 죽지 말아야지. 그러니 우리 꼭 다시 만나자,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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