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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만만해졌다, BMW모토라드 R1300GS 시승기

가볍고 작아진, 그럼에도 구형의 장점은 그대로 가져온 완전 새 바이크!

지난주에 다녀온 BMW모토라드 1300GS 론칭 시승행사입니다. 강원도 춘천 홍천강 모곡 유원지 근처, 더트앤파크에서 열렸습니다.

다양한 오프로드 시승 코스가 있는 어른들 놀이터인데, 바이크뿐 아니라  자동차도 가능하고 내년에는 주변에 캠핑장도 오픈한다고 하니 제대로 놀러 갈 곳이 생겼네요.

BMW 모터라드(모터사이클의 독일어)의 GS는 듀얼 퍼포즈 장르입니다. 애당초 GS라는 이름 자체가 오프로드와 포장도로를 뜻하기도 합니다. 노면 종류에 상관없이 어떤 길이라도 달릴 수 있어 세계 일주 등에 자주 등장합니다.


사실 미리 까고 말씀드리자면 전 이번 시승의 세 가지 조합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첫 번째는 BMW 모토라드의 상징과 같은 수평대향 2기통 엔진인 ‘R’ 엔진을 안 좋아합니다. 공유랭 시절부터 텁텁한 소리와 스로틀을 감았을 때 특유의 움찔거림(회전축을 따라 바이크가 흔들리는 것)이 싫었거든요. 그리고 이 엔진을 얹은 1250GS도 제 바이크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워낙 크고 높아서 발이 잘 닿지 않는 것도 있고, 하다못해 정차했다가 일으켜 세우는 것도 너무 힘들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이크로 가는 오프로드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바퀴가 두 개 밖에 없는데 왜 가나요. ㅎ

근데, 실물로 보고 타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디자인의 호불호를 떠나 훨씬 콤팩트하게 바뀌었거든요. 실제 1250GS보다 크기와 무게가 줄었습니다. 그만큼 발이 잘 닿고 바이크에 앉았을 때와 정지상태에서 기울어진 바이크를 세울 때 꽤나 가뿐합니다. 10여 년 전에 1200GS를 처음 앉아 보고 일으켜 세울 때처럼 상대적으로 가볍고 만만합니다.

이는 온로드와 오프로드 달리기 모두에서 완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1250 대비 11kg이 가벼워졌다는데, 실제로는 800cc급 이하의 미들급 정도로 느껴집니다.

오프로드에서는 다리로 차체를 잘 조여 균형을 잡으면, 가볍게 느껴지는 핸들바와 주먹만 한 돌 정도는 투툭 흡수해 버리는 앞 서스펜션 덕에 아주 쉽게 컨트롤이 됩니다. 구형의 묵직하게 노면을 누르는 느낌과는 달라졌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전 모델의 이런 성향을 ‘무겁고 커 조작이 힘들어 부담스럽다‘라고 들었던 생각이 안 들더군요. 충격 흡수 성능은 남기고 가뿐하게 조작할 수 있게 바뀌었습니다.

사실 이날 겨울용 새 장갑과 새 바이크의 조합으로 모글에서 공중 부양을 했다가, 꽤나 높은 곳에서 떨어졌다지요. 처음 딱 든 생각은 ‘아 씨 허리 다치면 안 되는데…’였는데, 그냥 ‘퉁’ 하고 땅에 내려와 옆으로 누웠다지요. 저는 일단 데구르르 굴렀고요. ㅎㅎㅎ  뭐지? 왜 이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충격이 없지??? 이 생각만 들더군요. 실력 있는 분이었으면 그대로 달려 나가실 수 있었겠더라고요.


이런 성향은 온로드에서 완전히 드러납니다. 1250GS와 1300GS를 바꿔가며 탔는데요, 가볍게 달리고 돌아갑니다. 코너 직전 제동-기울이기-직선을 보며 가속을 하는 과정이 한결 가볍습니다. 1250GS가 묵직하고 든든하다면, 1300GS는 날렵하고 가볍습니다. 그렇다고 과하다기보다 다루기 쉬운 출력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내어준다는 느낌이 더 큽니다.

앞서 말한 R엔진의 단점도 사라졌습니다. 아직 길들이기가 끝나지 않은 새 바이크였음에도 매끈하게 돌아가며 회전수를 높입니다. 2기통 수평대향 엔진 특유의 그 크랭크부터 드라이브샤프트까지 비틀어지는 느낌이 없더군요. 그래서인지 엔진 소리도 달라져 텁텁함이 많이 빠졌습니다. 이게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지요.

이건 엔진-변속기-구동계가 한 줄로 있던 이전 모델에서, 엔진을 변속기 위에 얹으며 앞뒤 길이를 줄이고 무게 중심을 조금 높인 덕분입니다. 오뚝이처럼 움직이는 구형들과 다릅니다. 그래서 ‘과거를 이은’ 같은 수식어보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이 더 어울립니다.


호불호는 나뉠 수 있습니다. 이전부터 GS를 타오신 분들이라면 ‘그 묵직함이 사라졌다’고 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근데 저처럼 그간 GS를 ‘좋기는 한데 나한테는 버겁고 안 맞는’ 신포도 같은 바이크라 생각했던, 더 많은 사람들은 훨씬 더 좋아할 겁니다. 저도 제가 GS에 대해 이런 말을 하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어라, 이거 좀 만만해졌는데?’


눈으로 보기에도, 몸으로 느끼기에도 날렵하고 가뿐합니다. 꼭 타보고 결정하셨으면 좋겠네요.


#BMW모토라드 #BMWMOTORRAD #R1300GS #모터사이클 #바이크스타그램 #시승기 #자동차칼럼니스트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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