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언니네를 갔다 차로 두 시간 거리.
아침도 먹지 않고 출발했지만 곧 언니랑 맛난 걸 먹어야지 하는 생각에 배고픔은 참을 수 있었다
나주곰탕이란 걸 나에게 먹여주고 싶었던 언니는 간단하게 같이 밥을 먹고 재료를 준비했다
갑자기 내려간 터라 언니는 예정대로라면 급하지 않았을
미리 부탁해 놓았던 재료들을 서둘러 찾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주 좋은 질의 '양'이란 식재료를 받아서 기뻐하는 언니의 모습은 나의 기대감을 더욱더 높였다.
나는 곰탕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만 했다.
맛있는 곰탕을 먹게 될 거라는 확신만 있었지, 이렇게 오래 걸리는 준비라는 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 있게 기다렸다.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점심 좀 더 먹을걸' ' 빵이라도 사서 올걸'
이런 과정이 필요하단 걸 인지하지 못하고 무방비 상태로 있었던 나에게
조바심이 나고 후회가 밀려왔다.
투덜거리고 있던 나에게
"배 많이 고팠지?
재료 지금 준비 안 해두면 딱 맞게 먹을 수 없어서,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돼 급하게 끓이면 맛없어"
언니는 금새 카레를 만들어주었다.
나라면 카레를 먼저 만들어 먹고 곰탕을 나중에 끓이던
배부르면 다음에 끓였을 거다.
당장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곰탕의 불을 꺼버리고 카레를 만들었을 것이다.
언니는 곰탕의 불을 끄는대신 은근한 불에 그대로 올려두고
바로 먹을 수 있는 카레를 바로 준비했다.
카레를 먹으며 생각했다.
" 아 우리 언니는 이렇게 살았구나 "
긴 시간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사는 동안 언니는 이런 삶을 선택했었구나"
내 삶은 기다리거나 조급해지면 이 곰탕처럼 그냥 불을 꺼버렸는데
불을 줄이고 완성될 때까지 숨을 고르는 방법도 있었는데
그래서 늘 언니가 " 너는 기다리는것도 좀 배워라" 라고 했었구나.
내 삶은 늘 조급하고 가파랐는데 한가로운 소리 하는구나 서운했었다.
불을 꺼버린다는 건 포기하는 일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걸 그만두는 선택이다
언니는 불을 끄지도 않았고 조급해하지도 않았으며,
카레를 외면하지도 않았다
그제야 나는 이해했다
준비를 한다는 건 이런 방식이라는 걸
기다림은 그런 거였다.
곰탕재료를 하나씩 손질해 두고 그 틈새
바로 먹을 수 있는 카레를 만드는 거
주린 배를 움켜쥐고 멍하니 언제 완성될지 모르는 냄비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카레를 먹으면서 완성될 때까지 설렘을 묶어두고 묵묵히 냄비를 지키고 있는 거
언니가 결국 나에게 먹이고 싶었던 건 좋은 양이 들어간 곰탕이었으니깐
그리고 기다리면 맛난 곰탕이 완성될 것을 알고 있으니깐.
그래서 동생의 배고픔의 크기를 잘 알면서도 잠깐 외면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조금 더 일찍 준비해 뒀으면
바로 나에게 먹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을 뿐
조급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곧 다시 간 언니네서 이번엔
미리 도착 일과 시간을 알려 준 덕분인지
도착하자마자 지난번 먹지 못했던 그 곰탕을 바로 먹을 수 있었다.
냉동 포장해서 보내줘도 될 것을, 안 먹어도 그만이었을 것을
하나라도 좋은 거 먹이고 싶어
다시 그 길고 지루했던 준비과정을 또다시 반복했을 언니의 마음에 울컥했다.
그때 나는 확신했다
곰탕을 포기하지도 않고 카레를 만들고
바로 동생에게 먹이지 못했다고 조바심도 내지 않고
다음에는 도착시간 맞춰 먹을 수 있게 다시 준비하는 것.
언니처럼 미래를 포기하지도 않고
현실을 외면하지도 않고
오늘을 살면서 내일을 준비하는 거.
준비라는것은, 기다람이란것은
멈추는게 아니라 불을 지키는 일이라는것을
나는 이제 그 시간을 의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