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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Aug 29. 2022

마음대로 시간을 쓰던 날

오늘 기상시간은 마음대로였다.

출근이나 약속시간에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시간에 일어날 수 있는 날. 아무런 일정이 없는 마지막 휴가날이다. 휴가로 다녀온 여행은 재밌긴 하지만, 굵직한 활동들과 이동 동선 등을 생각하고 제한된 일정을 보내 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쓰는 경우는 적었다. 바다나 수영장에서 물에 동동 떠있는 시간 정도는 무념무상이었고.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구는 평일은 행복이다.  


미룬 책 읽기나 글쓰기를 눈치 보지 않고 마구 할 수 있어서 좋다. (집이나 휴가지가 안식처이자 휴식의 의미는 맞지만, 일상이나 여행이 유지되려면 의무적인 일들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 앞서서 익숙함과 새로움, 루틴 등에 대한 이야기를 썼지만 이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고,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가끔은 역시 행복하다. 평소에 못하는 것의 반증일 수도.


아침을 간단히 먹으며  읽을 생각에 여유 가득한 마음을 가지다가, 글쓰기 약속이 생각나 노트북을 두들기다 보니 벌써 14시가  돼간다. 14시가 되면 어떤가. 라면 하나 끼리 먹고  읽을 시간이 충분하다. 분재에 물을 줬냐는 카톡과 휴가인  모르고 연락했다는 업무 전화가 치고 들어오지만 괜찮다. 오늘은 마음대로 시간을 보내는 날이니.


여름휴가는 연속으로 쓰거나 3일씩 나누어 쓰는 편인데, 여행 기간이 끝나고 하루는 더 쉬는 일정을 짰었다. 그 남은 하루도 외출을 해서 이곳저곳 구경 다녔는데, 오늘처럼 뭔가를 해야쥐! 생각지 않고 늘어져 있는 게 오랜만이다. 글을 쓰며 왜 이런 시간이 없었을까 돌아보니, 근래 휴가는 노는 활동에 쓰는데 열정적이어서, 계획 없는 오늘 같은 시간을 불러왔고 필요했다. 노는 건 재밌긴 한데, 이틀 전 귀가 후 물놀이 도구 빡빡 씻고 + 밀린 세탁 하고 + 저녁 해 먹으니 피곤이 살살 몰려오긴 했다. 지난 휴가로 오늘 청소하는 날인 게 지금! 갑자기! 생각나서 마음대로 시간을 언제까지 쓸지, 저녁은 무슨 메뉴로 먹을지 머리 굴리는 정류장에 잠시 다녀왔다. 오늘의 행복이 14시 즈음에 끊기지 않길 바라며, 종종 이런 시간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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