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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웅이 집 Sep 08. 2022

독서와 디지털 디톡스

 8월 중순 즈음, 주문한 적 없는 택배가 집에 도착했다.

발신인엔 어제 외국으로 돌아간 동네 친구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택배 무게를 보아하니 책이다. 무거운 걸 보니 2권 이상인 듯하고, 친구가 한국에 있는 동안 재미있게 읽던 책을 몰래 온 손님으로 보내고 떠났다.

책도 읽고 싶고 미니멀리즘도 하고 싶다고 아우성치던 때에, E-Book을 구매했다. 두꺼운 책을 여러 권 보관하고 싶지 않았고, 휴대용으로 종종 읽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이  다짐은 새로운 책이 나올 때마다 구매와 다운로드로 이어졌다. 하지만 잘 읽진 않았다. 그렇게 수 세월을 보내다 만난 종이 책은 보는 것도, 선물 받은 것도 오랜만이라 반갑기도 했다.


 추천과 선물의 의미가 두루두루 있는 이 책은 몰입도가 상당했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라는 자극적인 제목과 빠른 호흡의 단문으로 직장인 사찰 얘기를 다뤘고, 사족이 없어 후루룩 읽혔다. 총 3편인 시리즈 중 휴가 때 1권만 챙겨 갔고 후회했다. 2권도 가져올 걸.  


  자체의 내용도 좋았지만 제일 좋은  따로 있었다.  읽는 시간을 두니 핸드폰 보는 시간이 전보다 현저히 줄었다. 여름휴가  디지털 디톡스를 해보자고 책을 챙겼으나, 여행  인상 깊던 장면을 (하루에 3개씩) SNS 스토리에 남기느라 디지털 이별은 보기 좋게 실패했다. 대신 휴가 마지막  쫓기듯 시작한 간헐적 독서는 디톡스의 시작이었다. 핸드폰을 보지 않으려 책을 읽기 시작한  아니지만, 덩달아 얻은 효과로 기분이 좋았다. 예전 글에도 잠시 다뤘듯이 책을 읽는  견문을 넓히고, 다른 세계를 간접 경험할  있다는 점에서도 장점이 많다.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에 시선을 떨구는 버스,지하철,식당  앵글 속에 잠시 빠져 있는 것도 좋았다.


 디지털 디톡스는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중단하고 휴식하는 처방 요법인데, 이 의미를 또 디지털 매개체에 쓰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뗄레야 뗄 수 없고, 나 또한 모든 인터넷 세상을 연결해주는 통신회사에 몸 담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세상을 거부할 순 없고 장점도 많다고 생각한다. 대신 혼자 있는 시간에 핸드폰을 습관처럼 보고 있고, 주로 SNS> 유튜브> 네이버를 돌며 이미 본 내용들을 습관적으로 또 보는 소모성 시간이 많아졌다.


해서 핸드폰에 필요 이상으로 머물던 시선을 책으로 잠시 옮겨 보려 한다. 식탁에 앉아서 맥주 한 캔 까놓고 책 읽는 시간도 묘한 즐거움과 집중이 따랐다. 재미를 붙인 걸 보니 흥미롭고 빨리 읽고 싶은 주제의 내용을 이동 시간에 보는 가벼운 시도가 시작을 도왔다. 시도가 적응이 되면 한 권의 책을 끝내기까지 킬링 타임과 오롯이 집중해서 보내는 시간을 왔다 갔다 하며 책 읽는 시간을 늘려보고 싶다. 디지털에게 잠시 이별을 고하고 책도 읽고 싶은 의지치는 이렇게 섞어서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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