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군과 B군은 사업계획서 완성을 위해, 이 둘은 서로 밤을 새우면서 사업아이템에 관해 고군분투 중이었다. 내가 한동안 살펴보니 K군은 영업의 성향을 강하게 띄고 있었고, B군은 수익보다 연구 개발 및 사회서비스의 관점 즉, 소셜미션의 성향이 뚜렷했다. 서로 친구지만 극명하게 달랐다. 나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장은 이처럼 내가 고민하고 있는 이유(생각)에 대해 다소 딱딱한 논조로 잠시 설명을 해볼까 한다.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영업 및 투자유치는 팀의 향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기업의 꽃은 영업"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영업이라는 단어가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낮은 범주의 그 무엇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제안 영업이라던지 TM이라던지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영업은 단기적(1 STEP) 관점에서 봤을 때,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핵심 사항이다. 혁신 제품(MLP, Minimum Lovable Product) 혹은 연구 창업이 아닌, MVP(Minimum Viable Product) 제품을 목표로 스타트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팀은 영업을 가장 최우선으로 상정하고 운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렇다면, 영업을 최우선으로 상정한다는 뜻은 무엇이 뒷받침돼야 영업을 잘할 수 있다는 말이 될까? 그렇다. 재화 및 서비스의 품질이 좋아야 한다. 특히, 요즘은 소비자의 가치기준 상향에 의해 더욱 높은 품질 기준이 반영된다. 즉, 이것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된다는 전제하에 영업이라는 꽃을 아름답게 피울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각 부서의 주관적 관점에서 각자 해석하고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 R&D(연구)와 영업팀은 극과 극으로써(나는 이 둘을 '톰과 제리' or '라바'라고 부른다), 마치 외나무다리에서 한치의 물러섬 없이 창과 방패로 싸우고 있다.
영업팀은 매출 향상을 위해 수단 방법 모두를 동원하여 회사의 매출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 영업은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의 주머니를 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실시간으로 시도한다.(여기서 잠재 고객니즈를 찾게 된다. 이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그렇기에, 이것은 고객과의 접점에서 수 없이 많은 변수를 발생시킨다. 이는 제삼자가 봤을 땐, 철저한 준비 없이 수익만 쫒는 것으로 자칫 오해할 수 있다.
반면, R&D(여기서는 프로그램 개발, 디자인 개발, 기획 설계 등의 범주에서 갈음) 팀은 품질 향상을 위해 긴 호흡을 갖고 논리적이면서 꼼꼼하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무엇보다 사내의 정서적 안정(불안정한 급여, 실적 압박, 다양한 외부 변수 등을 해소시키는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중장기 계획 성향이 강한 팀이기 때문에, 초반에 계획이 수립되면 중간에 외부 변수를 잘 허용하지 않으려 한다. 예컨대 이런 말들을 들어본 분들이 있을 것이다.
"계획대로 일단 해보고, 추후에 수정사항을 반영해 봅시다.(영업팀 왈: 이미 늦어요!)"
"수정 사항이 있으면 한꺼번에 취합해서 가져다주세요."
"자꾸 바뀌는 항목이 있으면, 그냥 영업팀이 직접 입력할 수 있게 만들어 줄 테니 실시간으로 요청하지 마세요."
등등
영업팀 입장에서는 실시간으로 고객의 마음이 바뀌는 변숫값을 따라가, 그 마음을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데 R&D팀은 정반대의 포지션에서 영업팀의 앞길을 막고 있지 않는가?(영업팀 관점에서 그렇게 비칠 수 있다는 말이다.) 영업팀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다. 조금만 반영만 해주면 쉽게 영업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공대 출신이지만, 다양한 부서에서 경험을 쌓았기에, 이제야 모두의 입장을 조금은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큰 틀에서 보면, 모두가 맞는 말이기에···)
그러나 R&D팀의 생각은 또 다르다.(물론, R&D팀이라고 해서 모두가 보수적이고 타협적이지 않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영업을 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재화 및 서비스를 세일즈 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우리의 재화 및 서비스를 제대로 만들고 나서 세일즈를 해야 하는 게 이치에 맞지 않을까? 왜 고객의 니즈만을 쫓아 우리의 정체성과 주관성, 즉 구심점을 파괴하면서까지 맞춰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꽤 있다. 또한 간, 쓸개를 다 주면서까지 고객의 기분을 맞춰야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라는 의견 또한 있다. 여기서 R&D팀의 입을 틀어막는 뼈 있는 한마디를 영업팀이 할 차례이다. 그 유명한 "그렇다면 당신 월급은 누가 벌어다 주냐?"라는 말.
이처럼 영업팀과 R&D팀의 성향은 극명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지만, 서로 상보적 관계로써 서로 맞물려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영업팀은 둥근 원형이고, R&D팀은 삼각형이라고 가정해 보자. 하나 이상의 면이 존재하면서 그것이 굴러가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면, 당신은 몇 각형의 도형으로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 드는가? 육각형이 좋을까? 팔각형이 좋을까? 아니면 그 이상이 좋을까? 정답은 없다. 다만, 너무 안 굴러가도 안되고, 원처럼 마음대로 굴러가도 안된다. 그 범주의 어디엔가 균형점이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고 싶은 주된 논점은 균형점이다. 이는 황금비율(6:4 or 7:3)을 적용한 균형점이 이상적일 수 있겠지만, 이 부분은 잠시 논외로 하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서두가 좀 길었다. 그러나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이러한 두 형질을 위 내용과 같이 간접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이다···라는 위험한 생각은 잠시 내려놓고 최대한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자는 뜻이다.
다시 K군과 B군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여러분이 이 둘을 코칭한다고 했을 때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까? 성향이 다른 두 친구를 한대 뭉쳐놓고 하나의 사업을 일으키는 것이 빠를까? 아니면 각자 하고 싶은 사업을 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좋을까? 만약, 이 둘을 하나의 사업으로 묶어 놓는다면 성향이 전혀 다른 이들은 그 즉시 충돌할게 뻔하다. 반면, 이 둘을 각자 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팀원 없는 1인 창업으로써, 더 힘든 난관을 이겨내야 할 뿐만 아니라 올라가는데 더 긴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리스크를 가질게 뻔했다.(아마도 나의 기우 일수도···)
예상한 바와 같이, 나는 이 둘(K군과 B군)을 붙여놓기로 하고 각자 의사를 물어봤다. 그렇게 되면 결국 한 사람의 사업아이템을 포기해야만 한다. 결국, B군이 아이템을 무기한 포기(홀딩)하고 K군의 아이템으로 함께 고군분투하기로 결정했다.
여담이지만, 뉴스나 다른 매체에서 기업 간의 인수합병을 통한 화학적 결합이라는 표현을 한 번쯤은 들어 보셨으리라 생각한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키워드는 화학적 결합이라는 단어다. 이것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저자 마크뷰 케넌의 저서 《 사회적 원소 》에 의하면, 인간은 하나의 원소단위의 형질을 갖는 존재로써 사회와 자연의 현상을 대입해 이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예컨대 고체(경직된 사회조직)가 외부 열(자극)을 받으면 반고체가 되고, 반고체가 외부 열을 받으면 액체(자유로운 조직)가 되고, 이어 기체(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 조직)가 된다. 이는 인간의 조직운영에 대한 형질을 설명하는데 주요한 핵심 논거가 된다.
이러한 화학적 결합을 지켜보면서, 나는 결국 하나의 이론적 가설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화학적 결합은 둘 중 하나의 형태로 새롭게 변한다는 사실이다. (화학적 결합을 인간의 감정에 비유한다면, 이는 서로 싸우고 화해하며, 시기, 질투, 열등감 등 다양한 감정이 오가는 복잡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1. 화학적 결합과정에서 사라지는 경우 -> 예) 퇴사, 탈퇴 등
2. 균형점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경우 -> 예) 합의 도출
쉬운 예를 하나 들어보자. 열정이 강한 리더 K가 있다. 이 에너지는 +10이라 하자. 소극적인 팀원 B가 있다. 이 에너지는 -3이라 하자. 이 둘을 붙여 놓고 K, B가 합의 도출 되었을 때 이를 C라 명명하자. 그렇다면 C의 에너지는 몇일까? 물론, 조금 복잡한 문제 이긴 하나, 단순하게 생각하고 계산해 보자. 그렇다. C팀의 에너지는 +7로써 팀조직이 구성된다. 즉, 기존의 각각의 에너지와 A, B는 소멸하고 새롭게 C라는 조직과 +7이라는 에너지만 남게 된다. 왜? 결합했으니까! 이처럼 2명의 화학적 결합이 이토록 복잡 미묘한데, 대기업 간의 M&A 인수합병은 오죽할까? 그래서 인수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파급효과가 강력하지만, 반대로 실패하면 오히려 안 한만 못하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8 라운지'에서 이 둘을 진단한 나는 다음과 같은 점수를 임의로 가설했다.(자료 및 스팩트럼 내용은 생략한다)
K군(원형): 에너지 +10 / B군(삼각형): 에너지 -9
결합 결과: 사각형, 에너지 +1
롤플레이 게임을 해보신 분들은 어디서 보던 숫자와 내용이다. 게임에서 아이템끼리 결합했을 때 방식과 유사하지 않은가? 사람 및 조직도 이와 유사하다. 어찌 됐든, K군과 B군을 1개월간 결합한 결과는 참으로 신통치 않음을 알 수 있다. K군은 일명 "기가 빨렸다"라고 말하고, B군 또한 "엄청 화난다"라고 말한다. 사각형의 에너지 +1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직감했다. 최소한 사각형에서 육각형으로의 변화가 필요했다. 새로운 팀원이 필요했던 것이다. 어떤 팀원? 육각형 이상의 에너지 +2 이상을 갖고 있는 팀원.
그 시점, 그 타이밍에 김해에서 조카가 전화 왔다.
(경상도 억양) 저 H인데요, 전역한 지 얼마 안 됐어요~ 스타트업? 그거 배울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