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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May 02. 2024

사업계획서 작성 vs 떡볶이 알바

현실이냐 미래냐 그것이 문제로다.


떡볶이 알바


K군의 친구 B군이 합류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3D프린터로 집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야망은 현실이란 중력 앞에 점점 작아지기 시작하면서, '간이 화장실'을 만드는 것에서 타협점을 찾은 듯 보였지만 그 또한 현실의 중력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라고 말하면서 매몰차게 거절한다. 급기야 B군은 현실과의 전략적 협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때가 B군의 가장 큰 위기였으리라.


결국, B군은 현실과의 극적 타결로 인해 '3D프린터 제작플랫폼 서비스?'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이어서 B군은 K군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시작단계까지 쫓아왔다. 이제 K군과 B군은 서로 나란히 사업계획서 작성 단계에서 고민을 하는 시점에 왔다.


나는 이들의 뒷모습을 뿌듯하게 지켜봤다. 그런데 어느 날, 헐레벌덕 B군이 나에게 찾아와 심각하게 이런 질문을 한다.


(동굴 목소리) 감자님, 저 떡볶이 알바 가야 돼요!


사업계획서 쓰다 말고 갑자기 떡볶이 알바 가야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땐, 무슨 감정과 생각이 떠오를까? 나는 그 당시 당황스러웠다. 스타트업 창업을 결심하기로 마음먹은 친구가 불현듯 알바하러 간다는 말은 나에게 너무나도 생뚱맞게 들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내 감정과 뇌의 해석에서 벌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왜 그러세요? 뭐가 문제 있어요? 혹시, 떡볶이 알바가 더 중요한가요?"


그가 말했다.


"(동굴 목소리)··· 그건 아닌데, 이제 전역한 지 얼마 안 돼서 생활비가 없어요. 30만 원이 필요하거든요."


"제가 부모님한테 손 내밀면, 반대로 부모님의 양손이 내 앞에 놓여 있어요. 계산해 보면, 나는 두 손이고 부모님은 손이 4개니까 내가 적자인 거죠. 그래서 손을 내밀면 안 돼요. 수지타산이 맞지 않거든요. 한마디로 배 째라 이거죠 뭐"


내가 다시 말했다.


"음··· 그거 일단 내가 줄 테니, 딴생각하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사업계획서 작성에 집중하세요!"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을까? 2018년 겨울 어느 날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인천공항공사 소셜(?) 공모전이 시작된 시점이었다. 나는 뭐든 좋으니 넣어보라고 했고, B군은 영혼을 갈아 넣어 신청서를 제출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예상한 바와 같이 서류심사에 합격했고, 최종 PT심사에서 최종 선정되었다. 내 기억으론, 아마도 지원금이 1,600만 원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여기서, 우리는 또 하나의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내가 떡볶이 알바비를 주기로 한 이후부터 3~4개월간 B군은 사업계획서(미래)에 몰입할 수 있었고, 그래서 당당히 선정될 수 있었다는 것. 쉬운 이해를 위해 계산을 한번 해보자. 기회비용을 따져보자는 말이다.


떡볶이 알바비는 월 30만 원이다. 4개월이면 120만 원 수입 아닌가?(하지만 그것이 순수입이 아닌 생활비로 소모된다는 게 잠재적 리스크다) 그렇다면, 공모전에 선정되었을 때는 1,600만 원이 들어온다. 120만 원을 감수하고 1,600만 원을 가질 것인가? 아니면 알바를 통해 현실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서 월 30만 원을 보상받을 것인가? 물론 공모전(여기서는 미래로 해석하자)에 신청한다고 해서 다 선정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선정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다시 말해 현실을 택할 것인가? 미래에 투자할 것인가? 에 선택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이 현명한 것인가를 논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이런 말을 참으로 많이 듣고 자랐다.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욱 가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들만의 리그, 그리고 관성의 법칙"


그렇다. 여유 있는 가정에서 자란 새싹들이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우리 사회. 물론 여유 있는 집안에서 자란 아이들이 무조건 부자가 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인성도 마찬가지다.) 나는 스타팅 포인트가 다름을 말하고 있다. 처음 출발지점이 한 발짝 차이라고 해도, 이것은 점점 관성화 되면서 10년, 20년 이 지나면 걷잡을 수 없이 차이가 벌어진다. 마치 복리의 마법과도 같은 이치라 할 수 있다. 즉, 여유 있는 집안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이러한 환경을 물려준다. 그건 바로, "실패해도 좋으니 또 도전하렴~ 너의 등 뒤에는 항상 우리가 있어!"라는 한마디.


자, 예비 창업자도 따지고 보면 자라나는 새싹과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것을 대입해 볼 수 있을까? 그렇다. 떡볶이 알바를 하지 말라는 말과 더불어, 공모에 떨어져도 좋으니 여러 도전할 수 있다는 한마디가 이들에게는 크나 정서적 안정 된다.


결국 모든 것은 미래의 확률 게임이다. 다시 말해, 상품의 품질이 좋다면, 5회 중 하나는 선정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에 배팅하는 것. 나는 확률을 믿고 제안한 것이다. 게다가 30만 원은 이들에겐 나름? 큰돈이지만 일반적으로는 충분히 부담할만한 금액 아니던가?




우리는 시시각각 현실의 중력과의 싸움에서 매번 물러서는 경우가 많다. 현실과 타협하면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현실의 이자 상환일은 끊임없이 도래한다. 현실이란 놈은 과거의 흔적을 남기고 미래를 추종하기에, 미래는 곧 현실이 된다.(초침이 있는 시계를 유심히 보라) 그렇다면 우리는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아니면 미래만 준비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혹은 둘을 믹스해서 적절히 맞추면서 나아가는 것이 옳은가? 무엇이 현명한 선택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에 투자를 하지 않고 현실만 추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사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사안 일 터다.



B군은 이때부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시작되었다. 1,600만 원의 금액은 이것만 가슴에 안겨준 게 아니었다. 무형의 더 큰 무엇을 가슴에 안겨줬다. 눈빛이 달라진 것이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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